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 대응을 위해 미국 방문을 연기한 박근혜 대통령은 상황이 안정될 때까지 이 문제를 최우선 순위에 두고 대처할 방침이다. 방미 연기로 다음 주 국내 일정이 비는 만큼 이 기간 메르스를 비롯한 주요 현안에 대처한다는 의미다.
박 대통령은 우선 최우선 과제인 메르스 사태를 최대한 빨리 종식시켜 국민 불안감을 해소하고, 정부에 대한 국민 신뢰를 회복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 메르스 발생 초기 정부의 미숙한 대응에 대한 비판이 이어지는 것은 앞으로도 부담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박 대통령은 11일에도 시시각각 참모들로부터 메르스 상황을 보고받으면서 관련 대책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 상황을 지켜보면서 앞으로 민생경제 현장 방문 등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박 대통령은 최근 어렵게 살린 경기회복의 불씨가 메르스로 인해 다시 사그라지는 상황이 발생해선 안 된다는 점을 거듭 강조하고 있다. 지난 9일 국무회의에선 “국민 여러분도 마음이 불안하겠지만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했다. 또 기획재정부를 비롯한 관계부처에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 조치를 취할 것을 지시한 바 있다.
메르스 외에도 국회에서 여전히 논란이 지속되는 국회법 개정안 대응 역시 중대한 현안이다. 여야의 이견 끝에 일단 11일 국회법 개정안의 정부 송부는 미뤄졌다. 청와대는 메르스 사태가 진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국회법 논란에 청와대가 일일이 대응할 경우 또다시 정쟁에 휘말린다는 비판을 받을 것을 우려해 추가로 입장 표명하는 것은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위헌 소지와 강제성이 있는 법안 자체에 대해선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입장이다. 정부 시행령에 대한 국회의 수정·변경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의 국회법 개정안은 행정부 기능을 마비시킬 우려가 있고, 헌법에 위배될 소지도 큰 만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의미다. 청와대 관계자는 “국회법 개정과 관련해서 대통령께서 공개적으로 말씀하신 바 있고, 청와대 입장은 그 이후 바뀐 것이 없다”고 말했다. 결국 여야가 타협점을 찾아 그 수정안이 정부에 넘어오더라도 법무부·법제처 등이 위헌 요소가 여전히 남아 있다는 의견을 내놓는다면 박 대통령으로선 거부권을 행사할 수밖에 없다는 게 청와대 내부 기류다.
청와대는 또 황교안 국무총리 후보자 인준절차도 예의주시하고 있다. 총리 부재 상황을 더 이상 방치해선 안 된다는 입장을 여러 채널을 통해 여당에 전달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야가 황 후보자 청문보고서 채택에 합의하지 못함에 따라 12일 본회의 개최 후 인준, 박 대통령 재가 순으로 진행하려던 일정도 불투명하게 됐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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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2 02: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