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눌프 ‘데미안·수레바퀴 아래서’ 번역서 표절 의혹

입력 2015-06-12 02:33
‘수레바퀴 아래서’ 2장 첫 페이지 비교. 위부터 민음사, 문학동네, 크눌프 번역본이다. 컬러로 표시한 문장이 서로 겹치는 부분이다. 문학동네 제공

크눌프 출판사가 출간한 헤르만 헤세의 소설 ‘데미안’과 ‘수레바퀴 아래서’가 기존에 나온 번역본들을 짜깁기했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크눌프 판 ‘데미안’은 KBS 드라마 ‘프로듀사’를 통해 간접광고 형식으로 노출되고 있으며, 지난주 예스24 집계 종합 베스트셀러 6위에 올랐다.

출판사 문학동네 염현숙 편집장은 11일 “크눌프라는 신생 출판사가 지난달 출간한 ‘수레바퀴 아래서’와 ‘데미안’이 문학동네 번역본과 민음사 번역본을 짜깁기했다는 다수의 증거가 발견됐다”면서 “거의 베꼈다고 할 정도로 표절 수준이 심각한 만큼 민음사와 공동으로 해당 도서의 판매금지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문학동네는 표절 증거로 ‘수레바퀴 아래서’ 제2장 처음 세 페이지를 비교한 자료를 제시했다. 크눌프 번역본에 나오는 문장 대부분은 민음사나 문학동네 번역본에 나오는 문장들과 일치했다. ‘데미안’에서도 이런 방식의 유사성이 확인됐다.

염 편집장은 “어떤 부분은 민음사 번역 문장과 일치하고, 어떤 부분은 문학동네 번역 문장과 일치하며, 자신의 번역 문장은 거의 찾아보기 어렵다”면서 “번역이라고 해도 역자에 따라 우리말 문장은 다르기 마련인데 이 정도 유사성이라면 거의 베꼈다고 볼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크눌프는 지난 4월 등록된 신생 출판사로 두 책이 첫 출판물이다. 역자는 두 권 모두 이재준씨. 교보문고가 제공한 저자 정보에 따르면 이씨는 대학에서 철학을 공부했으며, 대기업 홍보실과 경제연구소 등에서 근무했고, 현재 자기계발서 작가와 서양 고전 번역자로 활동하고 있다.

김남중 기자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