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 한잔과 기도·묵상, 예수님 향기 더 가까이…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박천현·김태연 부부

입력 2015-06-13 00:05
박천현 장로와 김태연 권사가 11일 경기도 남양주 일양차문화연구원에서 오미자차를 들고 있다. 남양주=전호광 인턴기자
‘기독교 폐백’에서 신부가 시아버지로부터 대추와 밤 대신 성경을 선물 받는 모습.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제공
한국교회에서 ‘차(茶)문화 전도사’로 활약해 온 서울 강동대로 서울제일교회 박천현(69) 장로와 김태연(64) 권사 부부를 11일 경기도 남양주 가운로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일양차문화연구원에서 만났다. 박 장로 부부는 1999년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를 설립하고, 전국 35개 지부를 설립했다. 2002∼2004년 차를 도입한 기독교 폐백을 3차례 서울 용산구 이촌로 온누리교회에서 공개 시연했다.

“차는 불교문화가 아니냐고 하는 분들이 있어요. 차는 태초에 하나님이 주신 귀한 선물(창 1:12)이죠. 공기와 물, 햇빛은 모두 하나님이 우리에게 주신 겁니다. 짐승도 이교도도 다 이걸 누려요. 하나님은 아름다운 걸 만민에게 선물로 주셨습니다. 이 선물을 나누는 것이 우리 몫이지요.”

협회 회장인 박 장로의 말이다. 차란 차나무에서 채취한 잎으로 만든 음료이다. 커피 인삼차 오미자차 등과 같이 식물의 열매 뿌리 꽃 등을 이용한 차는 대용차라고 부른다.

“날씨가 더우니 시원한 오미자차부터 한 잔 하세요.” 협회와 연구원의 교육원장인 김 권사가 자줏빛 차를 건넸다. 다섯 가지 맛이 시원하게 입안 가득 담겼다. “다도를 어렵게 생각할 필요가 없어요. 크리스천은 차를 음미하며 기도와 묵상을 하면 됩니다. 전통 다례의 정신은 중정(中正)입니다. 치우침 없는 올바름입니다. 이것은 하나님의 마음이자 우리가 따라야 할 삶의 자세이죠.” 냉차를 마신 뒤 온차를 마실 수 있는 곳으로 안내받았다. 박 장로의 집무 탁자였다. 언제나 차를 마실 수 있도록 세팅돼 있었다.

팽주(烹主)가 된 박 장로가 전열기로 물을 끓였다. 팽주란 찻자리에서 물을 끓이고 차를 나눠주는 사람이다. “많은 교회에서 새 신자에게 종이컵에 인스턴트커피를 타 주는 것을 볼 때 안타까워요. 하나님을 만날 기대로 온 귀한 분이잖아요. 종이컵의 가장 큰 장점은 간편성이죠. 거꾸로 말하면 거기엔 정성이 적다는 뜻입니다. 찻잔을 내는 것은 상대에 대한 사랑이지요.”

교회에서 모든 방문자에게 찻잔을 내는 것은 쉽지 않다. “최소한 새 신자에게라도 찻잔을 내면 좋겠어요. 크리스천들이 가정 학교 집 등 일상에서 차를 가까이 하면 어떨까요. 저희 협회 핵심 회원이 300여명 정도에요. 이 중 80%가량은 차를 배우러 왔다가 신앙을 갖게 됐어요. 정성 가득한 찻잔 앞에서 복음도 자연스럽게 전해진 거죠.”

선교할 때 매우 유용하다는 것이 박 장로의 설명이다. 그는 녹차의 한 종류인 우전(雨前)을 우렸다. “가장 여린 찻잎으로 만든 차에요. 막 싹이 올라올 때 곡우(穀雨) 전후에 딴 거죠. 물도 70도 정도까지 식혀서 부어요. 혼자 마실 때는 차를 만들며 기도와 묵상을 하고, 함께 마실 때는 담소를 나눕니다. 과한 술의 끝은 언쟁이지만 긴 찻자리의 끝은 따뜻한 관계입니다.”

그는 크리스천이 한국의 술문화를 차문화로 바꿔가자며 찻주전자를 넘겼다. “찻잔에서 먼저 색을 보고 향을 느끼고 다음 맛을 보세요.” 우전은 색도 맛도 청아했다. “봉채란 말 아세요? 전통 혼례 때 신부가 시집갈 때 시가에 가져가는 예물을 가리켜요. 봉채는 원래 봉차(封茶)에서 유래한 겁니다. 친정에서 시집 어른들을 대접하라고 예물 함 위에 차를 올렸거든요.”

신랑신부가 양가 가족에게 인사를 하는 폐백에서 술이 차를 대신한다. 박 장로 부부는 기독교식 폐백을 도입, 술 대신 차를 따르는 문화를 보급해 왔다. “폐백 때 술 대신 차를 따르고, 밤과 대추 대신 성경을 주고 기도를 하는 것이 기독교 폐백의 기본입니다. 2005년 딸을 시집보낼 때 마련했는데 사돈어른이 축복기도를 하면서 말을 잇지 못하고 우셨어요.”

서울 온누리교회와 사랑의교회 등이 기독교폐백을 권장하고 있다. 세계기독교차문화협회 전국 35개 지부에서도 기독교폐백을 안내한다. 박 장로는 “차는 교제와 선교, 묵상의 좋은 도구”라고 강조했다.

남양주=강주화 기자 rula@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