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의 가장 유명한 관광지로 알려진 카파도키아. 수도 앙카라에서 자전거로 사흘 길을 가야 하는 네브쉐히르 지역에 위치한 광활한 고원지대다. 영화 ‘스타워즈’의 촬영 장소로 사용될 만큼 각종 아름다운 기암괴석들의 향연으로 유명한 카파도키아는 사실 구약성경에 자주 나오는 헷 족속의 본거지다.
당시 카파도키아에는 기독교로 개종한 유대인들이 적지 않게 살았다고 알려져 있다. 주류 종교인 유대교도들이나 세계 정치의 중심에 섰던 로마군 그리고 이슬람 세력들로부터 핍박받을 수밖에 없었던 기독교인들은 자신들의 신앙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거친 계곡 사이나 동굴 등에 숨어 살았던 여러 흔적이 남아 있다.
카파도키아의 압권은 바실리우스 교회다. 여행자라면 꼭 둘러보는 이곳은 당시 사람들이 험한 환경에서 공동체를 이뤄가며 사랑의 계명을 지키기 위해 얼마나 헌신했는지를 예술적 토대 위에서 감상할 수 있다. 수도자들이 동굴을 파고, 바위를 깎아 만든 벽에 프레스코화의 색채를 입힌, 말 그대로 자신들의 숭고한 믿음을 위해 땀과 피를 흘려 고생한 흔적들이 수천년의 세월이 흘러 바라보는 이들에게 무언가 가슴 저미는 서사시를 읊어주는 기분이다.
궤레메에서 자전거로 3∼4시간 떨어진 곳에는 이보다 더 극적인 장소가 있었다. ‘깊은 우물’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 이곳은 AD 300년부터 1200년까지 수도원의 중심지로 남아 있었다는 기록이 있는 지하도시 데린큐유(Derinkuyu)다. 어림잡아 지하 20층으로 건설된 이 지하도시 안에는 통풍장치, 우물, 곡식창고, 집회장소, 화장실, 술과 기름 짜는 곳, 교회 등 지상에서 필요한 모든 것을 갖추고 있었다. 실제로 이 지하도시는 그 당시의 지상 주택들과 일일이 연결돼 있었다고 한다. 또한 다른 지하도시인 카이마클리(Kaymakli)로 대피할 수 있는 통로가 9㎞에 걸쳐 연결돼 있다.
땅 아래에서 살아간다는 것은 자연의 섭리를 거슬러 인간의 한계에 도전하는 환경이다. 당시 지하도시에서 살았던 이들의 평균 연령이 35세라는 게 이를 잘 말해주고 있다. 적군을 피하려고 보니 땅 밑에서 생활할 수밖에 없었던 그들의 고단한 삶, 그들이 목숨을 걸고서라도 지키려고 했던 신앙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동굴 도시 탐험이었다.
카파도키아에서의 생활은 ‘광야’ 그 자체였다. 하루 한 끼는 마을 뒤편에서 흔하게 볼 수 있는 오디 열매를 따서 먹었다. 잠은 어디서나 가능했다. 텐트가 있기에 사람 눈이 띄지 않는 곳이라면 어디든 자연을 벗 삼아 하룻밤 낭만적인 밤을 보낼 수 있었다. 날이 너무 더울 때면 동굴도 안성맞춤인 잠자리 장소였는데 당시 사람들이 이곳에서 지냈을 거라 생각하면서 그 삶의 무게를 감히 어렴풋하게나마 가늠해 보곤 했다.
동굴에서의 잠은 두 가지 난제가 있었는데 하나는 생각보다 추운 동굴 안의 온도였다. 둘째로는 모기가 너무 많다는 것이다. 결국 타협점을 찾은 것이 동굴 바로 앞에다 야영지를 만드는 것이었다. 동굴 안 추위와 모기에 시달리지 않아도 되었고, 여차하면 동굴 안으로 피신할 수도 있기 때문이었다. 사도 바울이나 당시 기독교인들도 이렇게 살았다는 생각에 그들의 숭고한 믿음을 그리며 매일 밤을 감사하게 보낼 수 있었다.
문종성(작가·vision-mate@hanmail.net)
[문종성의 가스펠 로드] (58) 생명을 건 믿음의 증거-터키 카파도키아의 지하 동굴교회
입력 2015-06-13 00: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