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용후핵연료공론화위원회(이하 공론위)가 20개월간의 의견 수렴 끝에 내린 결론은 한마디로 ‘급하다’는 것이다. 공론위는 사실상 5년 내에 사용후핵연료처분장 부지를 선정해 건설에 들어가라고 강조했다. 실제 개별 원전이 임시적으로 사용후핵연료를 저장하고 있는 시설들이 당장 4년 뒤부터 단계적 포화상태에 이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제는 지금부터다. 공론위가 제시한 계획대로라면 내년에는 부지 선정 계획이 나와야 하고 이를 둘러싼 갈등은 불가피하다. 한국은 이미 중·저준위폐기물 처분장을 둘러싼 극심한 갈등과 그에 따른 막대한 비용을 치렀다. 공론위도 사전에 사용후핵연료처분장을 설치하는 지역을 위한 발전계획 수립과 사용후핵연료처분 수수료 등의 절차를 마련할 것을 권고했다.
◇‘급한 불’ 꺼야…처분전·단기저장시설 설치하라=‘사용후핵연료 관리 권고안’은 총 10조로 이뤄져 있다. 공론위는 여기에서 국민안전 최우선이라는 1원칙과 함께 “현재 임시저장시설에 보관 중인 사용후핵연료를 저장용량이 초과되거나 운영허가 기간이 만료되기 전에 안정적인 저장시설을 마련하여 옮기는 것”이라는 2항을 최우선 원칙으로 제시했다. 지금도 가동 중인 수많은 원전에서 계속해서 발생하는 사용후핵연료 처분 문제가 당장 해결할 문제임을 강조한 것이다. 공론위가 2020년 최종 처분장 설치를 위한 부지 선정과 지하연구시설 건설을 시작하라고 권고하면서 동시에 이곳에 ‘처분전 저장시설’을 설치하라고 강조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공론위 권고대로 2020년에 부지 선정 등이 이뤄지더라도 처분 전 저장시설이 마련되기까지는 최소 5년에서 7년 이상의 시간이 걸린다는 점이다. 반면 중수로 원자로를 가진 월성원전은 임시저장시설이 2019년 포화상태에 이른다. 경수로 원전인 한빛원전과 한울원전 등도 각각 2024년, 2025년에 포화상태에 이를 예정이다. 공론위는 이를 위해 “필요시 각 원전에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라”고 제시했다.
◇구체적 절차 마련부터 부지선정까지, 난제 산적=그러나 공론위 권고안은 말 그대로 원칙 제시 수준이다. 단기저장시설을 설치하되 이 시설을 몇 년 동안 운영할 수 있는지, 사용후핵연료 최종 처분장에 적합한 환경과 지역은 어디가 될지 등의 기준과 절차는 전혀 마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특히 단기저장시설의 경우 해당 지역에서 사실상 사용후핵연료처분장으로 방치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각 원전 지역의 반발이 높아질 경우 최종 처분장 부지 선정까지 가는 길은 더욱 어려워질 수밖에 없다. 공론위 관계자는 “이런 부분들을 감안해 ‘단기’라는 명칭을 붙였고, 법적 운영기간을 명확히 몇 년으로 할지 보완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론위가 최종 부지가 아닌 단기저장시설에 대해서도 지역에 보상을 해줄 것을 권고한 것도 이 때문이다. 공론위는 사용후핵연료를 단기 저장하는 시설을 마련할 경우 이 시설 이용에 대한 수수료를 직접 지역주민 재단(가칭)에 지급할 것을 제시했다.
최종처분장 역시 사용후핵연료 처분장을 사용하는 사용료를 지역에 지급하는 것이 대안으로 제시됐다. 이 경우 사용료를 얼마 정도로 책정할지 등도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공론위는 이와 관련 지역주민의 삶의 질·경제 기반 구축을 위해 자연을 최대한 보존하기 위한 도시개발 계획 수립 등을 권고했지만, 어느 정도 비용이 난제 중 난제인 고준위핵폐기물 처분장을 받아들이는 수준이 될지에 대한 기준 등도 전혀 제시되지 않은 상태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
사용후핵연료처분장 권고안 내용 들여다보니… 5년내 부지선정 ‘발등의 불’ 기준·절차 알맹이 빠져
입력 2015-06-12 02: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