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9·11테러를 성공시킨 이후 전 세계 이슬람 무장세력의 지휘소 역할을 해온 알카에다가 와해된 상태라고 영국 일간 가디언이 10일(현지시간) 보도했다. 그것도 한때 알카에다의 이라크 지부 역할을 하며 복종하던 극단적 수니파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의 ‘쿠데타에 의한 붕괴’라고 신문은 전했다. 가디언은 알카에다의 정신적 지주 역할을 해오다 2013년 영국으로 망명한 요르단 출신 성직자 아부 카타다와 알카에다 내부 사정에 밝은 팔레스타인 출신 성직자 무함마드 알마크디시를 인터뷰해 이 같은 사실을 단독으로 보도했다.
알카에다는 오사마 빈라덴이 1998년 창설했으며 전 세계 곳곳에 지부를 두고 각종 테러를 자행해 왔다. 빈라덴이 2011년 파키스탄에서 미국의 급습에 의해 사망한 뒤부터는 아이만 알자와히리(사진)가 이끌어왔다.
두 성직자들에 따르면 알카에다의 균열은 이라크에서 시작됐다. 당초 이라크의 알카에다 지부는 ‘이라크 이슬람국가(ISI·Islamic State of Iraq)’란 이름을 가졌었다. ISI는 아부 무사부 알자르카위가 지휘하던 조직이었는데 그가 2006년 사망한 뒤에는 과거 이라크의 후세인 정권하 군부세력이 이끌었다. 그러다 조직의 외연을 확장하기 위해 2010년 성직자 출신의 현재 지도자인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를 리더로 앉혔다.
주로 이라크에서만 세력을 키우던 알바그다디는 2011년 시리아가 내전으로 혼란에 빠져들자 시리아에도 세력을 확대하려고 자신의 정예부대를 파견했다. 자신의 부하인 아부 무함마드 알줄라니가 부대를 이끌게 했고, 부대는 누스라 전선(Nusra Front)으로 명명됐다. 알줄라니는 시리아 북부에서 파죽지세로 세력을 확장해갔다. 알바그다디는 알카에다 시리아 지부도 자신이 맡고 싶어 부대를 파견한 것이었는데, 자칫 알줄라니가 시리아 지부를 맡게 될 것이란 우려를 갖게 됐다. 그러자 2013년 4월 알바그다디는 라디오 연설을 통해 ‘ISI와 누스라 전선이 하나로 통합돼 ISIS(Islamic State of Iraq and Syria)가 출범했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했다. 이틀 뒤 알줄라니는 자신은 ISI와 합병하지 않았고, 알카에다 본부를 직접 따른다고 반박 성명을 냈다.
이에 양측 간 싸움이 시작됐고, 알카에다 본부도 통합된 ISIS가 ‘허락받지 않은 조직’이라며 해체를 요구했다. 알자와히리는 특히 2013년 5월 알바그다디에게 친서를 보내 거듭 원상복귀를 명령했지만, 알바그다디가 일언지하에 거절해 체면을 구겼다. 알바그다디는 알자와히리가 자신의 부하인 알줄라니와 자신을 동급의 사령관으로 지칭하는 데 반발해 “알카에다 시대는 끝났다”고 선언했다. 알카에다는 지난해 2월 ISIS를 조직에서 공식적으로 퇴출시켰다.
ISIS는 지난해 6월 29일 IS 수립을 선포하고 알카에다와 본격적인 세 대결에 들어갔다. 알바그다디는 특히 막대한 자금을 바탕으로 아프리카와 중동의 이슬람 무장세력을 하나씩 접수해 들어갔고, 전 세계 무슬림들에 대한 선전전도 강화해 지지세를 확산시켰다.
두 성직자들은 가디언에 “알카에다가 이렇다할 활동을 하지 못하면서 전 세계 이슬람 전사들과 후원금이 전부 다 IS로 몰리고 있다”면서 “현재 알카에다는 산하조직도 없고, 알자와히리도 사령관들과 연락이 끊긴 상태로 무너진 조직”이라고 말했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
테러 본산 알카에다… IS 쿠데타로 조직 붕괴
입력 2015-06-12 02: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