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양이에게 생선 맡긴 격… 해외구호품 빼돌려 시중 ‘땡처리’

입력 2015-06-12 02:38
기부 받은 구호용품을 빼돌려 팔아치운 사회복지단체 직원 등 일당이 경찰에 붙잡혔다. 고양이에게 생선을 맡긴 격이다.

서울 노원경찰서는 사회복지단체로부터 해외 구호활동 목적으로 기부된 스포츠 의류를 넘겨받아 국내에서 판매한 혐의(사기)로 비영리단체 대표 양모(64)씨 등 3명을 불구속 입건했다고 11일 밝혔다. 이들에게 구호물품을 넘긴 사회복지단체 해외 구호담당자 이모(30)씨를 업무상배임 혐의로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양씨는 2013년 12월 이씨로부터 스포츠 의류 6700여점을 건네받았다. 이 구호품은 국내 스포츠 의류업체가 기부한 것이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구호단체에 지급해야 했지만 이씨는 관련 서류 작성 등을 생략한 채 양씨에게 넘겼다.

양씨는 이 구호품을 의약품 도매업체 대표 예모(64)씨 등과 공모해 국내 의류업자들에게 팔았다. 이 의류는 인터넷 사이트에서 ‘땡처리’ 등 방식으로 헐값에 팔렸다고 경찰은 전했다. 수익금 6000만원은 나눠 가졌다.

경찰 관계자는 “기부 물품을 관리하는 것은 국제 구호단체 담당직원 1명이었다. 혼자서 모든 것을 결정했다. 사실상 관리감독의 범위 밖에 있었다”고 말했다. 경찰은 보건복지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해 유사한 불법행위를 지속적으로 단속할 방침이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