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손님 30%로 뚝… “정부는 현장 상황 알고나 있나”

입력 2015-06-12 02:58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11일 경기도 평택시 서정리 전통시장을 방문해 만두를 먹으며 상인들을 격려하고 있다. 최 직무대행은 메르스 확산 이후 상인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해 시장을 찾았지만 상인들은 정부 대책에 시큰둥했다. 연합뉴스

경기도 평택시에 있는 전통시장인 서정리시장 입구엔 “공산품을 대형마트보다 30% 이상 할인된 가격으로 판매합니다”라고 적힌 플래카드가 붙어 있었다. 문구에서 느껴지는 의욕과 달리, 국내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성모병원에서 6㎞ 떨어져 있는 이 시장은 을씨년스러웠다. 11일 오전 150개 점포가 줄지어있는 120m 정도의 시장통엔 손님이라곤 40여명밖에 없었다. 상인들은 메르스 발병 이후 손님이 3분의 1 수준으로 줄었다고 말했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이날 서정리시장을 찾았다. 유의동 새누리당 의원, 공재광 평택시장도 동행했다. 매출 감소 등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인들을 격려하기 위한 목적이었다. 그러나 상인들 반응은 떨떠름했다. 정부의 미흡한 대응으로 메르스가 확산돼 피해를 입었는데 이를 보상할 대책도 없이 방문했다는 반응이었다. 시장에서 떡집을 운영하는 문모(48·여)씨는 “평택 신도시를 개발하면서 사람들이 이사를 많이 가 손님이 줄었는데 메르스 사태 때문에 거의 손님이 없다”며 “수행원들이 너무 많이 와서 길을 막고 있으니 오히려 장사를 방해하는 꼴”이라고 불만을 털어놨다. 액세서리를 팔고 있는 박모(64·여)씨는 “공무원, 정치인들이 찾아온다고 해서 달라지는 게 있겠느냐”고 냉소했다.

정부 지원책에 대한 반응도 시큰둥했다. 정부는 전날 메르스 확진자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평택 등의 소상공인들에게 현행보다 0.3% 포인트 낮은 2.6%의 금리로 1000억원 규모의 융자 지원을 하겠다고 발표했다. 만두 장사를 하는 김재곤(58)씨는 “당장 밥도 못 먹을 정도로 어려운 가게에는 융자가 도움이 될지 몰라도 일반적인 가게에는 도움이 안 된다”며 “시장을 활성화할 대책이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일부 상인은 최 총리대행 등이 평택의 상황을 잘 모르고 시장을 찾아왔다고 지적했다. 시장 입구에서 수산물을 파는 신지수(48)씨는 “통복시장의 피해가 훨씬 큰데 그쪽 상인들은 화가 많이 나 있기 때문에 우리 쪽으로 온 게 아닌가 싶다”고 말했다. 실제로 통복시장은 서정리시장보다 썰렁했고 상인들의 불만도 높았다. 약 600개 점포가 있는데 손님이 상인보다 적었다. 이 시장은 평택성모병원에서 1.5㎞밖에 안 떨어져 있다. 채소가게를 운영하는 김모(55·여)씨에게 최 총리대행이 평택에 방문한 사실을 아느냐고 묻자 몰랐다며 “예전에 송탄시여서 외곽에 있는 서정리시장보다 시내에 있는 우리 시장의 피해가 훨씬 더 클 수밖에 없다”고 했다. 김씨는 “통복시장이 아닌 서정리시장을 방문한 것을 보면 정부가 얼마나 현장과 민심을 잘 모르는지 알 수 있지 않으냐”고 반문했다.

최 총리대행은 시장 방문 이후 평택성모병원 인근 식당에서 여행·외식·유통·운수업 관계자를 만나 간담회를 열었다. 외식업계 지원을 위해 공공기관 구내식당 운영 일수를 줄이는 등 방안을 검토하기로 했다. 이어 평택성모병원, 천안시 동남구 보건소를 찾았다.

평택=윤성민 기자

wood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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