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정부 “저신용자용 중금리대출 확대하라”… 혹 떠안은 은행권 ‘부실’ 속앓이

입력 2015-06-12 02:59

은행이 또 하나 짐을 떠안게 됐다. 기술금융 평가를 양적 평가에서 질적 평가로 돌려 한시름 덜었지만, 이번에 중금리대출 상품 확대 압박이 거세지고 있다. 은행은 연체 등 부실이 커질 것을 걱정하면서도 최근 모바일을 통해 상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고객을 빼앗기게 된 저축은행도 좌불안석이다.

11일 은행연합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달 주요 시중은행 평균 신용대출 금리는 약 3∼5%였다. KB국민은행의 경우 1∼3등급 신용대출 금리는 연 3.19%에 불과했다. 기준금리 인하로 은행 대출금리가 낮아진 영향이다. 반면 저축은행 신용대출금리는 여전히 높다. 금융감독원이 조사한 자료를 보면 20개 저축은행의 개인신용대출(지난해 9∼10월 신규 취급) 가중평균금리는 24.3∼34.5%에 달했다. 차주 신용등급에 따른 금리 차등화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중간층을 메우기 위해 당국은 금리 10%대 중금리대출을 강조하고 있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2일 금융지주사 임원들이 모인 자리에서 은행이 중금리대출 상품을 취급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동안 은행은 리스크 관리를 이유로 저신용자 대출을 꺼려하고, 저축은행은 비용 문제로 중금리대출 취급을 하지 못하겠다고 버텨왔다. 일부 은행지주사 계열 저축은행들이 사회공헌 형식으로 중금리대출 상품을 내놓은 것이 전부였다.

최근에 은행들은 모바일을 통해 최근 중금리대출을 취급하기 시작했다. 인터넷전문은행 출범을 앞두고 모바일 전문은행 ‘위비뱅크’를 출범했다. 소득, 직업 등을 고려하지 않고 연 5.95∼9.75% 금리로 대출해준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약 31억원, 783건 대출 실적을 기록했다. 취급 건수를 기준으로 보면 6등급 이상이 약 41%를 차지했다. 신한은행도 5∼7등급 직장인을 위한 중금리 상품(연 5.39∼7.69%)을 내놨다. 당국이 드라이브를 걸고 있어 관련 상품은 앞으로 더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은행이 속속 상품을 내놓고 실제 성과를 내면서 저축은행은 긴장하고 있다. 저축은행 관계자는 “은행이 10%대 금리상품을 취급하면 우량고객(5∼6등급)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며 “저축은행이 중금리대출을 취급하지 않는다고 뭇매를 많이 맞았지만 사실상 손실률이 높아 금리를 그 수준으로 낮추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신용대출 원가구조를 보면 조달금리, 인건비, 대손율 등을 합쳐 대출액의 20%가 넘는다는 것이다. 특히 대손율이 10%를 넘게 차지해 만약 연체율이 떨어진다면 금리를 낮출 수 있지만 저신용자들이 많이 찾는 저축은행 특성상 불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저축은행 업계 일각에서는 이 때문에 은행의 행보를 일단 지켜보자는 입장을 보이기도 한다. 리스크 관리를 해가면서 중금리대출을 유지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하기 때문이다. 실제 하나저축은행은 최근 연체율이 높아지면서 10%대 중금리 신용대출 상품을 취급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박은애 기자 limitles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