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인지 뭔지 탓에 끼니 거를 판”… 노인 무료급식 잇달아 중단·휴업한 취약층 학생 점심도 걱정

입력 2015-06-12 02:07

11일 오전 전북 전주시 평화동의 한 장소를 찾아간 김모(67)씨는 아쉬움을 달래며 발길을 돌려야 했다. 이날은 그린나래봉사단이 매주 목요일 노인들에게 무료로 점심식사를 대접하는 날. 평소 나오던 국수나 자장면이 아니라 이날은 어르신들이 올여름을 건강히 나시라고 삼계탕을 대접한다고 해서 더욱 기대를 했다. 그러나 메르스인지 뭔지 때문에 행사가 취소돼 대신 떡과 음료수만 손에 받았다.

메르스 파장으로 서민들의 삶이 더욱 팍팍해지고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시민·사회단체들이 실시하던 무료급식이 잇따라 중단돼 노인들과 노숙인들의 끼니 걱정이 깊어지고 있다. 또 휴업한 학교가 늘어나면서 기초생활수급자 등 살림이 어려운 집안의 학생들도 점심을 해결하기 어려워졌다.

경남 거제에서는 두 곳의 사회복지관에서 실시하던 무료급식 등의 서비스가 이날부터 19일까지 중단됐다. 이에 따라 무료급식을 애용하던 취약계층 650여명이 당장 끼니를 걱정하게 됐다. 한 관계자는 “노인 등 취약계층이 많이 이용하는 시설인 만큼 감염 우려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해 이같이 결정했다”고 말했다.

전남 목포시가 운영하던 ‘사랑의 밥차’도 지난 9일 중단됐다. 시는 매주 화요일 이곳에서 65세 이상 노인 700여명에게 1식4찬의 무료 점심을 제공해 왔다. 시 관계자는 “2년 전 사랑의 밥차를 시작해 한 차례도 쉰 적이 없었다. 밥차까지 쉬어야 한다니 안타깝다”고 말했다.

경기도 수원시 수원역 인근의 한 무료급식터에는 ‘메르스 감염을 막기 위해 부득이 문을 닫습니다’라고 적은 안내문만 내걸려 노숙인들의 안타까움을 자아냈다. 이곳이 문을 닫은 것은 2009년 개소 이후 처음이다.

메르스 ‘진원지’인 평택에선 4개 노인복지관이 모두 문을 닫았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노인들의 건강이 취약해 지난 4일부터 휴관 중”이라며 “평소 무료로 식사를 하는 분들께 햇반과 김치 등을 제공했다”고 말했다.

한 달에 8차례 밥차를 운영해온 대구의 한 단체도 당분간 운영을 중단키로 했다. 대한적십자사 대구지부 역시 매주 2번씩 공원 부근에서 1500여명에게 식사를 대접하던 일을 멈췄다.

더불어 계속되는 휴업으로 기초생활수급자와 차상위계층, 한부모 가정 등의 학생들이 식사 해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11일 현재 휴업 중인 2431개 학교 학생 가운데 20% 안팎이 기초생활수급자 등으로 알려졌다. 전북지역 한 고교의 경우 40%가량의 학생들이 무료로 점심식사를 해 왔던 것으로 알려졌다.

한 영양교사는 “방학이라면 각 지자체가 이들의 점심식사 문제를 해결해 줬으나 지금은 학기 중 휴업이라 상황이 다르다”며 “교육청이나 학교 측의 방침이 없어 학생들이 어떻게 식사를 하고 있는지 잘 모르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전주=김용권 기자 전국종합

ygki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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