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용인 만남의교회 정평수(71) 원로목사는 지난달 말 총신대에서 특별한 행사를 가졌다. 최근 은퇴를 하면서 교회로부터 받은 1000만원과 사재 1000만원을 모아 총신대 신대원생 10명에게 장학금을 전달한 것이다. 11일 서울 강남구 영동대로 대한예수교장로회 합동 총회회관에서 만난 정 목사 얼굴엔 웃음이 가득했다.
“35년 목회를 마무리한 지금 무척 행복합니다. 은퇴 사례금과 갖고 있던 돈을 어디에 쓰면 좋을까 고민했는데 힘들고 어려운 신학생들을 도와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어요. 신학교가 한국교회의 ‘모판’ 아니겠습니까.”
정 목사는 총신대 신대원과 미국 리폼드신대원을 졸업했다. 1980년 서울 강남 삼성동에서 교회를 개척했으며, 98년 교회를 용인으로 옮겼다. 교회갱신을위한목회자협의회 상임회장, 총회 선거관리위원장 등을 지내며 교단 개혁에도 힘썼다.
정 목사는 “서울 광림교회와 강남중앙침례교회 소망교회 충현교회 등 한국을 대표하는 대형교회가 즐비한 강남에서 상가교회로 시작해 자립교회가 될 수 있었던 비결은 새벽예배에 있다”면서 “남들처럼 특별한 능력도, 이력도 없기 때문에 새벽마다 바짝 엎드리고 성경의 절대적인 권위를 고지식하게 외쳤더니 하나님께서 그걸 불쌍히 보신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지난 35년간 저녁식사 후 새벽예배를 위해 잠자리에 들었기 때문에 오후 9시 뉴스를 본 기억이 없다”면서 “최소 하루 3∼4시간씩 기도하며 성경 연구에 집중했던 것이 목회 여정의 든든한 버팀목이 됐다”고 회고했다.
정 목사는 “목회는 머리로 하는 게 아니라 하나님의 역사로 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외환위기 당시 교회를 건축할 때 큰 어려움을 겪었다”면서 “위기의 순간 하나님께 진실한 마음으로 매달렸더니 하나님은 당신의 방법으로 역사하셨다. 그때 ‘성도들은 멀리 있는 간증이 아닌 목회자의 구구절절한 신앙 스토리를 통해 하나님의 사역을 체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정 목사는 “사역은 하나님이 하시는 일이며, 하나님 앞에 목회자가 일어설 수 있는 힘, 믿음의 힘을 가지기 위해 힘쓰는 게 목회”라고 강조했다. “목회자들이 고난 앞에 무릎을 꿇지 않고 인간적 계산만 하다 보니 교회의 야성이 점점 약해지는 겁니다. 그러다 보니 교인들이 인본주의, 세속주의에 빠지고 교회 헌신자들이 감소하고 있어요. 명심하십시오. 목회는 하나님께서 살아 역사하심을 목사의 삶을 통해 보여주는 겁니다.”
글·사진=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어려운 신학생 위해 은퇴자금 내놓습니다”… 만남의교회 정평수 원로목사 총신대 신대원에 장학금 쾌척
입력 2015-06-12 00:3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