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사의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이 7000억 달러 고지를 넘어섰다. 해외건설 시장에 진출한 지 50년 만에 이룬 기록이다.
국토교통부와 해외건설협회는 10일까지 신고된 해외건설 누적 수주액을 총 6995억4032만 달러로 집계했다. 여기에 지난 4일 삼성물산이 6억9407만 달러(7600억원)에 수주한 호주 시드니 웨스트커넥스 프로젝트 1단계 고속도로 공사까지 합치면 누적 합계는 7002억3439만 달러를 돌파했다.
해외건설의 시작은 고속도로 사업이었다. 고(故) 정주영 명예회장이 이끈 현대건설은 1965년 9월 태국 남부의 파타니와 나라티왓을 연결하는 길이 98㎞의 고속도로 사업을 수주했다. 당시 16개국 28개 업체의 경쟁 속에 따낸 이 사업은 총 수주액이 522만 달러로, 당시 한화 기준 14억7900만원 수준이었다. 선진국 경쟁사보다 200만 달러 적은 금액에 입찰한 덕분에 간신히 수주할 수 있었다는 후문이다. 전압 장비조차 없어 쩔쩔매던 현대건설은 결국 약속한 공기보다 3개월 늦게 준공했다.
이 사업을 시작으로 국내 건설사들은 해외시장 진출에 속도를 올렸다. 1980년대에는 중동 건설 신화를 일구면서 성장을 거듭했다. 동아건설이 1984년 착공한 리비아 대수로 공사는 당시 단일 공사로는 세계 최대 규모로 주목을 받았다. 2010년 삼성물산이 시공한 두바이 부르즈 칼리파는 총 높이가 829.8m로 현존하는 세계 최고층 빌딩으로 기록돼 있다. 현대건설·삼성물산이 2010년 1월 수주한 아랍에미리트 원전은 공사금액이 180억 달러로 국내 건설사가 수주한 단일 해외건설 공사 중 최대 규모다.
지난 반세기 동안 수주 물량이 가장 많았던 국가는 중동으로 전체의 55.5%인 3884억7009만 달러였다. 이어 아시아가 2124억5845만 달러(30.3%)로 2위를 차지했다.
해외건설은 특히 우리 경제가 어려웠던 시기에도 꾸준히 외화벌이에 나서며 ‘구원투수’로 활약했다. 정보기술(IT) 버블 붕괴로 주가가 폭락했던 2000년도 해외건설 수주액은 자동차 수출액 152억 달러의 4배에 달하는 563억 달러였다. 당시 우리 외환보유액은 96억 달러에 불과했다.
해외건설의 진가는 2007년 시작된 전 세계적인 금융위기에서도 드러났다. 한국도 환율 폭등, 금리 상승으로 인한 부채 부담 증가 등 총체적 난국에 빠진 상황이었다. 2007년 2617억 달러였던 외환보유액이 2008년에는 2004억 달러로 내려앉았다. 같은 기간 해외건설 수주액은 398억 달러에서 476억 달러로 증가하며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했다.
유성열 기자 nukuva@kmib.co.kr
해외건설 50년… 누적 수주 7000억 달러 넘었다
입력 2015-06-12 02:0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