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통(野統)’ 위에 ‘야신(野神)’이 있는 것일까. 한화 이글스와 삼성 라이온즈의 천적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고 있다.
그동안 한화는 삼성에 철저히 짓밟혔다. 지난해 4승11패1무에 그쳤다. 2012년에는 6승13패, 그 이듬해에는 4승12패였다. 한화는 그만큼 삼성의 승수 자판기 역할을 했다. 3년 연속 꼴찌를 한 한화와 4시즌 연속 정규리그·한국시리즈 통합 4연패를 차지한 삼성이었기에 어쩌면 당연한 결과였다.
그런데 올 시즌 달라졌다. 한화는 주중 3연전에서 먼저 2연승을 거두며 10일 현재 삼성과의 전적에서 5승2패로 크게 앞서 있다.
특이한 것은 삼성이 여전히 1∼2위를 다투고 있을 정도로 올 시즌에도 우승후보로 손꼽히고 있지만 유독 한화에게만 고전하고 있다는 점이다. 삼성이 승보다 패가 많은 팀은 한화와 SK 와이번스다. 그나마 SK와는 2승3패로 팽팽한 수준이다.
천적 관계가 완전히 뒤바뀌게 된 이유는 전통적인 한화 킬러들의 부진 때문이다. 삼성 선발 윤성환은 2007년부터 지난해까지 한화와의 경기에서 통산 29경기 16승6패1홀드 평균자책점 2.90이었다. 그런데 올해의 경우 한화와 가진 두 경기에서 승리 없이 2패 평균자책점 5.54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통산 전적 15승5패, 평균자책점 2.71로 한화에 유독 강했던 장원삼도 지난달 14일 만나 4⅔이닝 동안 7피안타(2홈런 포함) 8실점으로 뭇매를 맞고 패전투수가 됐다.
벤치 싸움에서도 한화가 계속 승리하고 있다. 한화는 시즌 첫 대결이었던 지난 4월 14일 경기에선 4-3으로 리드한 7회 1사 3루에서 이시찬이 깜짝 스퀴즈 번트를 성공시키며 쐐기 득점을 냈다. 5월 14일 경기에서도 한화는 5회 1사 2, 3루에서 권용관이 스퀴즈 번트로 결승점을 냈다. 두 번 모두 삼성은 스퀴즈 번트를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반면 삼성은 벤치 작전이 전혀 안 먹히고 있다. 특히 통합 4연패를 이끌며 ‘야통(야구대통령)’이라는 별명을 얻은 류중일 감독은 유독 ‘야신’ 김성근 감독과의 대결에서 초조해 하는 모습이 역력하다. 류 감독은 선수들을 믿고 작전은 경기 후반에 거는 ‘믿음의 야구’를 구사한다. 하지만 한화 경기에선 경기 초반부터 성급한 작전을 내 경기를 그르치는 경우가 많다. 10일 경기에서도 1-0으로 앞서던 2회 대주자로 나온 구자욱에게 도루 지시를 했지만 견제사를 당해 경기 흐름을 내줬다. 주중 2연전에서 내보낸 대타 세 명은 모두 삼진을 당했다.
모규엽 기자 hirte@kmib.co.kr
野神 밑에 野統?… 사자 잡는 독수리
입력 2015-06-12 02:2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