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이제 ‘신경영’ 잊고 미래 고민하라”… 1993년 신경영 뼈대 만든 후쿠다 전 삼성 고문 조언

입력 2015-06-12 02:02

“신경영을 통해 삼성이 지금까지 이룩한 성공의 기억은 모두 잊고, 새로운 출발선에 서서 미래를 준비해야 합니다.”

‘신경영’ 선언의 촉매제 역할을 했던 후쿠다 다미오(사진) 전 삼성고문은 11일 삼성그룹 사내 미디어인 ‘미디어삼성’에 게재된 인터뷰에서 “신경영 선언을 잊어라”고 조언했다. 그는 이어 “지금은 미래에 무엇을 어떻게 하면 좋을지 삼성인 전체가 진심으로 고민해야만 하는 시기”라고 강조했다.

1990년 삼성전자 디자인 고문으로 영입된 그는 1993년 삼성의 문제점과 개선 방향을 담은 이른바 ‘후쿠다 보고서’를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게 제출했다. 이 회장은 보고서를 수차례 정독한 뒤 독일 프랑크푸르트에서 그룹의 핵심 경영진 200여명을 소집, “마누라와 자식만 빼고 다 바꾸라”는 말로 대변되는 신경영 선언을 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신경영 선언 이후 세계적인 기업으로 도약한 삼성의 성과를 높이 평가했다. 그는 “신경영 선언 후 10년 동안 삼성의 변화는 대단했다”면서 “10년간 매출은 30배 늘어났고, 10개의 전략을 세워 10개 모두 성공하는 등 상상하기 어려운 일을 해냈다”고 말했다.

그러나 삼성이 처한 환경이 달라지면서 더 이상 후쿠다 보고서가 유효하지 않다고 했다. 그는 “삼성은 이제 글로벌 1위 기업이라 목표로 삼을 곳이 없다”며 “선구자로서 새로운 길을 개척해야 하는 어려운 환경에 처해 있다”고 했다. 또 신경영 당시 기업규모가 크지 않아 혁신이 쉬웠지만, 지금은 임직원들이 세계 곳곳에 퍼져 있고 위상도 달라져 혁신이 그만큼 어렵다는 점도 지적했다. 후쿠다 전 고문은 “글로벌 1위 기업으로서 삼성이 무엇을 해야 하는지에 대해 1993년보다 더 신중하게 준비해야 한다”면서 “지금 진지하게 고민해 변화하지 않는다면 앞으로 삼성의 미래는 없다”고 단언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