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가 새 국면을 맞고 있다. 감염 경로가 모호한 환자가 나타나는가 하면 ‘2차 유행’의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에선 외래 환자가 첫 확진 판정을 받았다. 양성-음성으로 엇갈렸던 임신부는 확진자로 최종 결정됐다. 처음으로 임신부가 포함된 것이다. 새로운 형태의 환자가 잇따라 발생하고 ‘3차 유행’의 진원지도 나올 조짐을 보이면서 불안감이 다시 커지고 있다.
반면 보건 당국은 메르스 확산이 정점을 지나고 있다고 전망하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의 ‘1차 유행’이 막을 내렸고, 삼성서울병원의 2차 유행도 슈퍼감염자인 14번 환자의 최대 잠복기가 12일로 끝나기 때문이라는 점을 들었다. 그러자 ‘메르스와의 전쟁’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거나 ‘7부 능선을 넘었다’는 얘기가 여기저기서 나왔다. 하지만 11일 변수가 등장했다. 수차례 검사에서 결과가 엇갈려 퇴원과 입원을 반복한 경찰관이 확진자 명단에 올랐고, 그동안 응급실 내 환자만 나왔던 삼성서울병원에서는 70대 할머니가 외래에서 감염된 첫 사례로 확진됐다. 당국은 가능성이 없다고 하지만 지역사회 전파를 배제할 수 없게 된 것이다.
이렇듯 상황이 다시 안 좋은 방향으로 흐르고 있는데 당국의 대응은 여전히 어설프기만 하다. 정부가 10일 메르스 전담병원을 발표했지만 정작 해당 병원에는 음압격리 병실이 충분하지 않거나 의료진이 착용해야 하는 보호장구가 없는 곳도 있다고 한다. 총도 없이 전장에 나가 싸우라는 꼴이다. 서울시 산하 서울의료원에선 병원 간부가 “메르스 의심 환자들을 받지 말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소속 의사들에게 발송하는 어처구니없는 작태까지 보였다.
전염병에 관한한 방심은 금물이다. 초기 대응에 실패해 현재의 사태를 초래한 정부는 메르스의 불씨가 완전히 제거될 때까지 긴장과 경계심을 늦춰선 안 된다. ‘진단→격리→치료’의 단계별 병원을 정하는 시스템을 완벽히 구축하고, 단순히 전담병원만 지정할 게 아니라 치료병원에는 추가로 필요한 전문 의료진을 파견해야 한다. 격리시설·보호 장비 등을 전폭 지원하는 것은 말할 필요도 없다. 위기일수록 병원도 의료 윤리와 시스템 구축 등 헌신적이고 체계적인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그래야 메르스를 완벽하고 철저하게 진압할 수 있다.
[사설] 경계 늦추지 말라… 메르스 아직 막바지 아니다
입력 2015-06-12 00:4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