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을 방문할 때마다 역사의 과오를 솔직히 시인하고 되풀이하지 않으려는 국가적인 노력에 놀라곤 한다. 철학과 이성의 나라라고 자부하던 독일에서 광기 어린 히틀러 정권이 발흥할 수 있었던 것에 대해 독일인들은 수치스러워한다.
나치에 의해서 저질러진 범죄는 명백한 비정상의 만행이었지만 그 당시 독일인들은 그것을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것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오류를 범한 것 때문에 독일인들은 “우리가 왜 그랬었는가” 자문하는 것을 역사 청산의 가장 중요한 각성으로 여긴다.
사람은 때때로 우매하고 어리석다. 정상과 비정상을 판단하지 못할 때가 많다. 독일의 초등학교 교과서에 히틀러를 위한 기도문이 실려 있었다. 당대의 사람들 대부분은 그것을 정상으로 인정했다. 그 잘못된 판단이 커다란 희생을 낳은 인류사의 비극이 되었다.
온 나라가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여파로 초비상인 시국에도 수도 서울 한복판인 서울광장에선 동성애자들의 퀴어문화축제가 열렸다. 자신들도 정상이라며 거리로 나서는 그들의 대담함에 놀란다. 동성애자들은 잘못된 정상이 용인되던 나치 시대의 피해자였다. 가해자들이 부르짖던 정상을 그들이 다시 외치고 있다. 그들의 외침이 비정상을 정상이라 하는 오류가 아니길 빈다.
고일호 목사(서울 영은교회)
[겨자씨] 정상의 비정상
입력 2015-06-12 00: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