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기준금리 인하 효과 보려면 재정정책과 맞물려야

입력 2015-06-12 00:42
메르스 불안 심리가 결국 금리를 끌어내렸다. 한국은행은 11일 금융통화위원회를 열고 기준금리를 현재의 연 1.75%에서 1.50%로 내렸다. 이번 인하로 국내 기준금리는 금융위기 당시 저점이었던 2009년 2월의 연 2.00%보다 0.5% 포인트 낮은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1100조원이 넘는 가계빚의 취약성에도 불구하고 한은이 금리 인하를 결정한 것은 수출이 부진하고 내수 침체가 심화되는 가운데 돌발 변수인 메르스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예상보다 크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주열 한은 총재가 금통위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가계부채 문제가 심각하긴 하지만 거시경제 쪽 하방리스크에 먼저 대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판단했다”고 설명한 데서 잘 알 수 있다. 특히 해외 관광객이 입국을 취소하고 백화점과 대형마트의 매출액이 줄어드는 등 소비심리가 위축돼 이 상태가 지속되면 경제성장률의 2%대 추락이 불가피하다는 위기감이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금리 인하가 예상됐기 때문에 실제 시장에서 어느 정도 효과가 있을지 의문이다. 일각에서 추가경정예산 편성이나 한시적 소비세 감면 등 재정의 모든 수단을 동원해야 시너지 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고 하는 이유다. 경기부양에는 통화정책보다는 재정정책의 효과가 더 크다는 점을 감안하면 확장적 재정운용을 병행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전문가들은 지금처럼 단기적인 경기부진이 반복되면 추세적 흐름으로 이어지고 결국 저성장이 굳어질 수 있다고 경고하고 있다. 그만큼 현 상황이 엄중하다는 의미를 정책 당국자들은 새겨들어야 할 것이다.

문제는 금리 인하에 따른 후폭풍이다. 당장 오는 9월로 예상되는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이 걱정된다. 미국 금리가 오르면 외국자금이 국내 주식 및 채권시장에서 이탈하게 돼 우리도 금리를 올릴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른다. 세계은행은 미국 금리 인상이 단행되면 신흥시장 자본유입액이 최고 40% 감소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통화 당국은 미국이 금리를 올린다고 우리도 반드시 인상할 필요는 없다고 강조하지만 일정 기간 버틸 수 있을지라도 결국 인상 흐름에 동참하지 않을 수 없는 게 현실이다. 그럴 경우 가계빚 관리에 적신호가 켜 질 수 밖에 없다. 가계빚이 심각한 것은 총량도 총량이지만 예상을 뛰어넘는 빠른 증가 속도다. 지난 4월 말 금융회사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000억원으로 한 달 새 10조1000억원이나 늘어 4월 기준 사상 최대 증가 폭을 보였다. 가계빚 규모가 한계에 달한 수준이라는 해외 기관의 분석이 잇따르는 가운데 증가 속도마저 이처럼 가파르다는 것은 폭탄을 지고 있다는 것과 다름 아니다. 경기부양의 당위성에는 백번 공감하지만 부채관리를 소홀히 할 경우 닥칠 엄청난 부작용에 각별히 유념해야 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