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톡톡! 한국의 문화유산] 태안 해저에 잠자던 두꺼비 벼루

입력 2015-06-12 00:10
보물로 지정된 고려청자 벼루. 문화재청 제공

“놀란 여울물이 들끓어 오르는 것이 천만 가지로 기괴하여 말로 형언할 수 없다.” 송나라 사신 서긍이 1123년 6월 ‘선화봉사고려도경(宣和奉使高麗圖經)’에 기록한 충남 태안 마도 인근 바다의 풍경이다. 거센 물살로 배가 감히 근접하지 못했던 안흥량은 조선 초 60년간 200여척의 조운선이 난파된 곳이다.

여기에서 2007년 ‘주꾸미가 감싸 안은 고려청자’가 나온 이래 모두 다섯 척의 침몰선을 찾아냈다. 국립해양연구소가 건져낸 3만여점의 유물에는 당시 생활상을 전해주는 목간, 곡물, 젓갈 등과 함께 벼루, 대접, 접시, 완, 발우, 주자, 향로가 포함되었다. 운송 중인 청자들은 상자 속에 가득 들어 있었다.

바닷속에서 잠자던 청자 가운데 두꺼비 모습의 벼루는 이채로웠다. 머리와 몸체, 다리가 갖춰지고 눈동자와 발톱 등도 뚜렷하다. 내부는 조각칼로 파낸 흔적이 있고, 구울 때 온도가 지나쳐 유약이 흘러내렸다. 앞부분은 철화와 퇴화 기법으로 장식했다. 문화재청은 2012년 시대성과 희소성은 물론 예술성이 뚜렷한 이 벼루를 보물 제1782호로 지정했다. 국립해양연구소는 지난 4월 23일부터 마도 앞바다에서 다시 수중발굴에 착수했다.

최성자(문화재청 문화재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