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이슈] 그리스서 아프간 난민 돕는 양용태 김미영 선교사 부부 “난민 증가, 복음 전할 기회 삼아야”

입력 2015-06-13 00:54
그리스에서 중동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고 복음을 전하고 있는 양용태(오른쪽) 김미영 선교사. 강민석 선임기자

하산(가명·25)은 아프가니스탄 출신이다. 이슬람 무장단체 탈레반의 폭정에 못 이겨 10년 전 고향 카불을 떠났다. 가난했던 그는 부자들처럼 비행기로 탈출하지 못했다. 무조건 서쪽을 향해 걸었다. 이란과 터키에서 8년을 살았다. 그리고 마침내 2년 전 그리스로 가는 고무보트에 올랐다. 아테네에 가면 가고 싶은 독일까지 금방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도착의 기쁨도 잠시, 그리스 사람들은 자신과 같은 난민들을 증오했다. 매 맞는 건 예사였다. 그때였다. 동양인이 무료로 밥을 준다는 소식이 들렸다. 한국인 부부가 만들어준 닭고기 요리는 따뜻했다. 처음으로 사람대접을 받았다. 하산은 얼마 후 예수 이야기를 들었다. 고향에서는 금하던 얘기였다. 한국인이 전하는 예수 이야기는 새로웠다. 그는 얼마 전 에게 해(海)에서 세례를 받았다.

한국인 부부는 그리스에서 2001년부터 활동하고 있는 양용태(60) 김미영(60) 선교사다. 그리스인 선교를 위해 갔다가 지금은 아프간 난민사역을 하고 있다. 지난 8일 서울 송파구 오금로길 국제복음선교회(WEM) 사무실에서 만난 이들은 “그리스는 유럽으로 가려는 중동 난민들의 관문이자 복음의 황금어장”이라며 “전 세계적 난민 증가는 복음을 전할 수 있는 기회”라고 말했다.

2001년 무렵 양 선교사는 아테네 공원을 지나다 난민 무리를 발견했다. 이들은 공원 한쪽에 비닐로 움막을 만들어 노숙인처럼 지냈다. 먹을 것, 입을 것이 없어 행인들에게 구걸을 했다. 안타까운 눈으로 바라봤던 양 선교사. 난민들은 이날 밤 그의 꿈에 등장했다.

“한 가족이 우리 집에 들어왔어요. 그런데 이 사람들이 너무 추워 들어왔다는 거예요. 돌아서 나가려는 순간 잠에서 깼습니다.” 그는 이때부터 계획도 없이 당시 출석하던 아테네한인연합교회와 그리스교회 사람들에게 알리고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하자고 말했다. 뜻을 같이하는 자원봉사자들이 모였고 김 선교사는 서투른 솜씨로 닭죽을 끓였다. 이른바 ‘잔치 사역’(밥퍼)의 시작이었다.

한국인으로는 첫 활동이었다. 양 선교사 부부는 주일을 포함해 일주일에 4번씩 오후 5시에 예배를 드리고 난민들에게 식사를 제공했다. 그러면서 유럽으로 가게 될 사람들을 위해 해당 국가의 언어를 가르쳤고 잔치사역 3년 만에 첫 세례자가 나오면서 2004년 열방교회를 세웠다.

김 선교사는 “13년 동안 닭죽 만들면서 몸에 무리가 많이 갔지만 그래도 난민들의 친구가 되어 복음을 전할 수 있어 기쁘다”고 말했다. 열방교회를 거쳐 간 난민들은 영국과 독일을 비롯해 스위스 스웨덴 핀란드 노르웨이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등으로 흩어졌다. 지금까지 세례 받은 난민만 100명이 넘는다. 모두 무슬림들이다. 양 선교사에 따르면 그리스로 유입되는 난민들은 대부분 중동 출신으로 시리아 이란 이라크 아프간 주민들이 많다. 전쟁과 기근, 핍박을 피해 고향을 떠나 걸어서 육로를 여행하거나 밀항선을 타고 바다를 건너기도 한다. 위조여권을 만들어 항공기와 선박에 타기도 한다. 목적지인 유럽까지 도착하는 데는 10년이 넘게 걸리기도 한다.

양 선교사는 “난민들은 하나님이 구원하기 위해 보내주신 손님”이라며 “지금은 영어와 수공예, 제작 기술 등을 가르칠 수 있는 단기팀이나 비즈니스를 접목한 사역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양 선교사는 2008년 영국의 국제장로교단에서 목사 안수를 받았다.

신상목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