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27년 1월 7일, 남산 기슭에 있던 조선총독부가 경복궁에 새로 지은 청사로 이전했다. 왜 경복궁이었을까. 조선왕조를 상징하는 경복궁과 식민 통치를 표상하는 총독부 건물이 한 눈에 포착되기를 원했다. 일제는 경복궁 전각을 헐어버리고 그 자리에 잔디를 심었다. 한국인에게 잔디는 무덤에 심는 풀이었다. 궁궐 안의 잔디밭은 곧바로 ‘왕조의 죽음’과 연결되는 것이었다.
한양대 동아시아문화연구소 연구교수인 저자는 의미는 있지만 사람들이 잘 모르고 있는 역사의 시시콜콜한 60가지 얘기를 통해 오늘의 대한민국을 곱씹는다. 일제강점기 경찰이 방탕한 ‘방아타령’과 음란한 ‘춘향가’ 공연을 금지시킨 것은 대중문화 길들이기의 일환으로 권력의 헛된 욕망에서 비롯됐다고 지적한다. 이는 광복 이후 역대 정권에서도 반복됐고 지금도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일제가 소학교를 국민학교로 변경한 것을 두고 “국민을 찍어내는 기계”라고 비꼰다. 당시 동대문 근처 광희정 수건 공장 총파업을 떠올리면서 역사와 문화의 흔적을 지워버린 개발, 동대문디자인플라자를 들먹인다. 경무대가 청와대로 명칭이 바뀌었지만 민심을 살피고 국민을 즐겁게 하는 대(臺)라는 이름에 충실하기를 권한다. 역사 뒷얘기를 통해 교훈을 전하는 방식이 재미있다.이광형 문화전문기자
[손에 잡히는 책-우리 역사는 깊다 1·2] 알려지지 않았지만 알아야 할 근대사
입력 2015-06-12 02: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