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옛 친구 伊 만나 제재 해제 설득해봤지만…

입력 2015-06-11 03:45 수정 2015-06-11 18:22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0일(현지시간)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함께 밀라노 엑스포 현장을 방문했다가 자리를 뜨고 있다(왼쪽 사진). 푸틴 대통령의 방문을 앞두고 밀라노 시내에서는 푸틴 대통령과 히틀러의 얼굴을 합성한 포스터를 든 우크라이나계 시위대가 반대 집회를 열었다. EPAAP연합뉴스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에서 서방 지도자들로부터 집중공격을 받은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방문해 양국 간 우호를 강조했다. 정치적으로 고립된 푸틴 대통령이 ‘옛 친구’ 이탈리아를 찾아 활로를 찾는 동시에 존재감을 과시했다는 평가다.

로이터 통신 등은 10일(현지시간)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를 찾아 엑스포가 열리고 있는 밀라노에서 마테오 렌치 이탈리아 총리와 만났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의 이탈리아 방문은 지난 10월 밀라노에서 열린 제10차 아시아·유럽정상회의(ASEM) 이후 8개월 만이다.

이번 방문은 유럽연합(EU) 정상회의에서 크림반도를 병합한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연장 여부를 결정하기 불과 2주를 앞둔 시기라는 점에서 관심이 모아졌다.

푸틴 대통령은 그러나 렌치 총리를 만나 EU의 러시아에 대한 제재 연장 문제에 대해 직접적으로 언급하지는 않았다. 다만 “러시아와 이탈리아 양국의 문화·경제·정치적 관계가 500년 이상 됐다”며 “이탈리아는 유럽에서 러시아의 주요한 파트너”라고 강조했다. 우크라이나 사태가 벌어지기 전까지만 해도 이탈리아와 러시아는 정치·경제적 협력을 유지해 왔다.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 경제 제재 탓에 전년보다는 줄었지만 지난해 양국 교역 규모는 300억 유로(약 37조6000억원)가량에 달한다.

푸틴 대통령이 이탈리아와의 우호, 연대를 강조한 것은 EU에 이어 G7도 대러시아 경제 제재 강화를 시사하는 상황에서 러시아의 외교적 고립을 탈피하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렌치 총리도 이에 “우리는 양국 간의 전통적 우호관계를 공유하면서 전 세계적 테러 위협을 막도록 힘을 합쳐야 한다”고 화답했다.

AFP통신은 푸틴 대통령의 이날 행보가 러시아인들에게 자신이 여전히 세계무대에서 중요한 플레이어라는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측면이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푸틴 대통령의 ‘노력’에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EU의 대러 제재에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로이터 통신은 “푸틴 대통령은 이탈리아로부터 EU의 러시아 제재에 반대한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어 하겠지만 실망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이탈리아가 EU 국가들 중에선 러시아와 가장 사이가 좋긴 했지만 유럽과의 관계를 깨고 싶어 하지 않는다”고 해석했다.

푸틴 대통령은 렌치 총리와의 회담이 끝난 뒤 바티칸을 방문해 우크라이나 사태 이후 처음으로 프란치스코 교황과 면담을 가졌다. 푸틴 대통령은 면담에서 특히 우크라이나 사태에 대한 러시아의 입장을 설명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오랜 우정을 나눠온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전 총리도 만났다.

한편 지난 4월 발생한 프랑스 공영방송 TV5몽드 해킹 사건의 배후로 러시아 해커 조직이 지목됐다고 외신들이 전했다. 당시 해커들은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 ‘이슬람국가(IS)’를 자처하며 방송 시스템과 홈페이지, 페이스북과 트위터 계정을 모두 마비시켰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