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환자 수가 ‘1차 유행’ 발원지인 평택성모병원의 감염자를 추월했다. 10일 보건 당국에 따르면 지금까지 삼성서울병원의 메르스 감염자는 47명이다. 당국은 이들이 모두 14번 환자로부터 응급실에서 감염된 것으로 보고 있다. 평택성모병원에서는 36명이 감염됐다.
◇47명대 36명, 삼성서울병원 환자 왜 많나=상급종합병원인 삼성서울병원에서 중급인 평택성모병원보다 더 많은 감염자가 나온 것은 응급실이라는 특수 환경의 영향으로 보인다. 응급실은 일반 병동에 비해 좁은 공간에 의료진과 환자 및 보호자가 섞여 있다. 바이러스가 전파되기 쉬운 환경이다. 삼성서울병원은 지난 7일 브리핑에서 노출자 수가 893명이라고 밝혔다. 다른 한편으로는 지난달 27∼29일 14번 환자의 바이러스 농도가 최대치여서 전파력이 강했을 가능성이 크다.
감염병 전문가들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시작된 감염자가 길게는 이달 17일까지 더 나올 수 있으며, 진정 여부를 판단하려면 20일은 돼야 한다고 본다. 이 병원에서 예상되는 잠복기 종료 시점은 12일이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에 입원한 시기가 27∼29일이므로 마지막 날인 29일부터 14일을 더하면 12일이 된다.
하지만 현재 노출된 사람이 증세를 보여 진단을 받기까지 3∼5일이 걸리므로 이를 더하면 15∼17일이 된다. 여기에 오명돈 서울대 의대 감염내과 교수는 “이들로부터 다시 얼마나 많은 사람이 노출됐는지 파악하는 데 또 2∼3일이 걸릴 것”이라며 “20일은 돼야 삼성서울병원에서 촉발된 메르스가 진정될지 판단할 수 있다”고 말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놓친 환자 많다=17일까지 환자가 나올 수 있다는 예측은 삼성서울병원에서의 노출자들이 모두 보건 당국 방역망 안에 들어와 있다는 전제에서 가능하다. 그런데 현실은 이와 다르게 돌아가고 있다. 최근 발생하는 환자 가운데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지만 격리나 능동감시 대상이 아니었던 사람이 여럿이다.
서울 이대목동병원을 찾아가 확진 판정을 받은 98번 환자는 격리 대상이었는지 불분명하다.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아간 105번 환자도 마찬가지다. 둘 다 병원 2곳 이상에서 진료받았다는 점으로 미뤄볼 때 당국의 관찰 대상이 아니었을 가능성이 크다. 전북 김제에서 병원 3곳을 옮겨 다닌 89번 환자도 지난달 28일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으나 접촉자 명단에서 빠졌다.
만약 삼성서울병원 노출자 가운데 보건 당국과 병원이 놓친 사람이 더 있고, 그들이 지역의 다른 병원에서 감염을 일으킬 경우 새로운 위기를 맞을 수 있다. 오 교수는 “삼성서울병원은 전국 병원을 연결하는 허브 역할을 하는 곳”이라며 “감염자 가운데 누군가 다른 병원 응급실이나 중환자실에 누워 있다가 그 병원에 메르스를 퍼뜨린다면 제2의 삼성서울병원, 제2의 평택성모병원을 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병원도 안심하기 이르다=대전 대청병원과 건양대병원에서도 환자가 계속 나오고 있다. 16번 환자가 각각 지난달 25∼28일과 28∼30일 입원했던 곳이다. 그는 지금까지 17명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한 ‘슈퍼 전파자’다. 이날 추가 환자 가운데 107번 환자는 대청병원에서, 106번은 건양대병원에서 16번과 접촉했다. 잠복기 등을 따지면 두 곳에서도 각각 16일과 18일까지 감염자가 더 나올 가능성이 남아 있다.
15번 환자로 인한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의 추가 감염 여부도 지켜봐야 한다. 동탄성심병원 관련 환자는 이날 1명이 추가돼 3명으로 늘었다.
이밖에 이날 사망한 환자 2명이 마지막에 머무른 서울 건국대병원과 대전 을지대병원에서도 환자가 나올 수 있다. 93번 환자는 자택 격리 지시를 어기고 일부 병원에 진료를 받으러 다녔다. 다행스러운 것은 새로운 감염 경로가 아직은 나타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일부에서 논란이 있지만 현재까지 모든 감염이 병원 내에서 이뤄졌다는 것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장인을 모시고 병원을 옮겨 다닌 88번 환자(47)는 가족 내 감염인지, 병원 내 감염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권기석 기자 keys@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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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1 02: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