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오준(사진) 포스코 회장이 칼을 빼들었다. 권 회장은 10일 미얀마 가스전 논란과 관련해 그룹 조청명 가치경영실장(부사장)을 전격 경질했다. 조 실장이 검토하던 미얀마 가스전 매각 방안이 외부에 유출돼 분란을 일으킨 데 따른 최종 관리책임을 물은 것이다. 포스코 가치경영실장은 일반 그룹의 기획관리실 내지 구조조정본부 역할을 하는 그룹 내 핵심 컨트롤타워다. 조청명 실장은 당분간 명예직인 회장 보좌역 직함을 유지하다가 최근 워크아웃이 결정된 포스코 플랜텍으로 자리를 옮길 것으로 알려졌다.
권 회장은 앞서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에 반대 의사를 피력해온 대우인터내셔널 전병일 사장의 사표를 수리키로 결정하고 관련 절차를 밟고 있다. 미얀마 가스전 매각 검토를 둘러싼 논란이 주력 계열사 사장과 그룹 핵심 실세 경질로까지 확산된 셈이다. 재계 안팎에서는 기술자 출신으로 깐깐하지만 합리적인 CEO라는 말을 들어온 권 회장이 초강수를 뒀다는 평가들이 나온다.
권 회장이 강수를 꺼내든 것은 일벌백계(一罰百戒·경각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하여 본보기로 중한 처벌을 내리는 일)의 성격이 짙다. 일종의 시범케이스다. 포스코그룹 내부에는 권 회장 주도로 진행되는 구조조정 작업에 반대하는 움직임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상황에서 전병일 사장의 공공연한 ‘항명’을 ‘정리’하지 않으면 권 회장의 리더십에 상당한 타격이 불가피했다는 것이다. 권 회장이 최측근인 조 실장을 경질한 것도 자기 살을 도려내는 읍참마속의 결정으로 보인다. 포스코 관계자는 “험난한 구조조정과 쇄신의 길을 가야 하는데 출발부터 삐걱거릴 수는 없다는 절박함의 표현으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사표 수리·경질 카드는 구조조정과 쇄신 작업의 속도를 높이기 위한 포석이기도 하다. 미얀마 가스전은 향후 30년간 연 3000억∼4000억원의 수익을 안겨줄 것으로 전망되는 알짜 사업이자 대우인터내셔널의 상징적 사업이다. 미얀마 가스전까지 매각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면 다른 계열사나 사업들에 대한 구조조정도 얼마든지 가능하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밖에 없다. 포스코 관계자는 “2010년 대우인터내셔널 인수 당시 미얀마 가스전의 예상 이익도 모두 인수금액에 포함됐다”며 “가스전 매각이 결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매각할 수 없는 절대적인 사업도 아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포스코는 지난해부터 계열사 지분매각 등 모두 30건의 구조조정을 추진해왔으며, 1조1000억원 규모의 포스코특수강 매각을 완료하는 등 11건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한 바 있다.
권 회장의 강수는 양날의 칼이기도 하다. 아직 강력한 리더십을 확보하지 못한 권 회장이 이번 조치로 포스코 안팎의 지지를 얻으면서 쇄신 작업의 동력을 확보할지, 아니면 쇄신과 구조조정 방향에 대한 내부 혼선이 심화되면서 리더십에 타격을 입을지 갈림길에 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남도영 기자 dynam@kmib.co.kr
칼 뽑은 권오준 ‘포스코 어디로’… ‘관리부실’ 책임 최측근 ‘조청명 부사장’ 전격 경질
입력 2015-06-11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