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원수가 자국 사정으로 해외 방문을 연기한 건 외교관례상 특별한 일은 아니다. 하지만 주요 동맹국인 미국과의 양자회담을 미룬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특히 한·미 양국 정부가 공식 발표한 일정을 출국 직전 취소한 건 전례가 없는 일이다.
한국 정상이 미국 방문을 연기한 것은 두 번이었다. 2001년 9월 김대중 전 대통령은 미국 등 3개국을 방문하려 했으나 직전에 일정을 모두 취소했다. 9·11테러 여파로 조지 W 부시 미국 행정부마저 김 전 대통령의 방문에 우려를 표하던 상황이었다. 형식도 양자 방문이 아니라 유엔 방문이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은 1990년 방미 계획을 세웠지만 그해 5월 노사분규 사태가 진정 기미를 보이지 않으면서 일정을 잡지 못했다. 그러나 이는 청와대가 노 전 대통령 방미를 공식적으로 발표하기 전에 이뤄진 일이다.
박근혜 대통령도 한 차례 외국 방문 일정을 바꾼 적이 있다. 지난해 5월 아랍에미리트(UAE)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등 중동 3개국을 순방할 예정이었으나 전달 발생한 세월호 참사 여파로 일정을 축소, UAE를 제외한 나머지 국가를 찾지 않았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2013년 10월 아·태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말레이시아 필리핀 등 동남아 국가를 순방하려 했으나 ‘연방정부 부분 업무정지(셧다운)’ 사태로 이를 모두 취소했다.
비교적 최근 사례로는 지난 3월 스페인 펠리페 6세 국왕의 프랑스 방문 취소가 있다. 펠리페 6세는 프랑스 방문 첫날 자국민을 태운 독일 저먼윙스 여객기 추락 소식을 접하고는 급히 귀국했다.
조성은 손병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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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朴 대통령 방미 연기] 정상외교 취소·연기 사례… DJ, 美 방문 9·11 테러로 취소
입력 2015-06-1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