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감염은 환자가 병원을 옮겨 다니면서 급격하게 확산된 측면이 있다. 전문가들은 ‘병원 이동’에 따른 3차 감염을 차단하는 게 핵심이라고 지목한다. 정부의 인식도 마찬가지다.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은 “병원 내 감염과 병원에서 병원으로 전파를 막는 게 메르스 확산 방지에 가장 중요한 열쇠”라고 10일 밝혔다.
보건 당국은 서울성모병원과 이대목동병원의 메르스 환자 대응을 모범사례로 꼽았다. 권덕철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두 병원의 모범적 대응이 다른 환자나 응급실 등에서 피해를 최소화했다”고 강조했다. 이대목동병원은 병원 간 공조가 감염 차단의 1등 공신이었다. 서울성모병원은 환자의 시민의식과 병원의 준비된 대응이 딱 맞아떨어졌다.
◇병원 간 공조로 감염 차단=8일 오전 이대목동병원 응급실로 전화가 걸려왔다. 발신지는 서울 양천구 메디힐병원. 폐렴 증상이 심해 메르스가 의심되는 환자가 있는데 이대목동병원으로 보내도 되는지 묻는 전화였다. 음압격리시설을 갖추고 있는 이대목동병원은 환자를 받을 수 있다고 답했다.
이 환자(58)는 구급차를 타고 이날 오전 11시55분쯤 이대목동병원에 도착했다. 메르스 의심 환자가 올 것에 대비한 응급실 의료진은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기다렸다. 환자는 침대에 누운 채 응급실 밖 대기공간의 한쪽에서 의료진의 문진을 받았다. 다른 환자나 의료진의 접근은 통제된 상태였다.
폐렴 증상을 보고 메르스를 의심했던 의료진은 세심한 문진 과정에서 이 환자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것을 알아냈다. 즉각 검체를 채취해 메르스 검사에 들어갔다. 환자는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의 도움으로 응급실에서 음압격리병실로 옮겨졌다. 병원은 환자가 이동하는 과정에서 환자나 보호자, 보호장비를 갖추지 않은 의료진과의 접촉을 차단했다. 환자는 9일 오후 확진 판정을 받았다. 98번째 확진자다. 그는 이 병원 음압격리병실에서 치료 중이다.
다만 98번 환자는 메디힐병원에 가기 전 동네의원 2곳을 거친 것으로 알려졌다. 메디힐병원에선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었던 사실을 밝히지 않은 채 5일 정도 폐렴 치료를 받았다. 이 과정에서 다른 사람에게 옮겼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보건 당국은 역학조사에 들어갔다.
◇환자의 시민의식과 준비된 병원=8일 오후 3시쯤 마스크를 쓴 한 남성(63)이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병원 측은 메르스 의심환자 방문에 대비해 안내문과 문진표를 응급실 밖에 마련해뒀었다. 그는 자신의 메르스 감염을 의심하고, 문진표에 ‘삼성서울병원에 머물렀다’고 적었다.
문진표를 본 의료진은 보호장구를 착용한 채 응급실 밖에 마련된 ‘메르스 임시 진료소’로 안내했다. 역시 보호장구를 갖춘 의료진이 환자를 문진하고, 메르스 감염이 의심된다며 검사를 하기 위한 검체를 채취했다. 메르스 양성 판정이 나오기 전이었지만 의료진은 음압격리병실로 이 환자를 안내했다. 서울성모병원은 음압격리병실을 응급실 입구에 별도로 마련해 놓아 환자가 병원 내부를 거치지 않고 이동할 수 있었다. 이 모든 과정은 10분이 채 안 되는 시간 동안 이뤄졌고 무방비 상태로 감염에 노출된 사람도 없었다. 이 환자는 9일 105번째 메르스 환자로 확진됐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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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1 02: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