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미워도 애니는 좋아”… 중국서 ‘도라에몽’ 돌풍

입력 2015-06-11 02:52
기술과 문화 콘텐츠를 앞세운 일본의 ‘소프트파워’가 중국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일본군 위안부 등 역사인식 문제와 센카쿠 열도(중국명 댜오위다오) 영유권을 놓고 양국이 갈등을 빚는 것과는 대조적인 모습이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9일(현지시간) 일본이 중국을 무대로 ‘자판기 외교’를 펼치고 있다고 보도했다. 오는 16일 도쿄 긴자의 한 호텔에서는 중국과 일본의 관련업체 관계자 30명씩이 참석한 ‘자판기제조사포럼’이 열린다. 자타공인의 ‘자판기 강국’인 일본에는 자판기만 500만대 이상 있다. 인구 25명당 1대꼴이다. 취급하는 품목도 음료수·맥주를 비롯해 그릇, 꽃, 장수풍뎅이 등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다양하다. FT에 따르면 코카콜라, 산토리, 기린, 아사히 등 일본의 주요 제과업계의 일본 내 매출의 3분의 1이 자판기에서 나오며, 자판기 업체가 그 가운데 3분의 2를 가져간다.

그러나 이런 일본 자판기 업계에도 고민이 없지는 않다. 갈수록 청량음료나 주류, 담배의 매출이 감소하고 있으며, 고령화와 지지부진한 임금상승 등으로 일본의 내수 전망이 밝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포럼도 일본 입장에서는 자판기 사업의 중국 등 해외 진출을 모색하는 동시에 시장 규모에 비해 아직 자판기 보급이 활성화되지 않은 중국은 노하우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서로 기대가 높다고 FT는 전했다.

중국에서 활약하고 있는 것은 자판기뿐만이 아니다. 애니메이션도 중국에서 맹활약하고 있다. 중국 극장가에서는 지난달 28일 개봉한 3D 애니메이션 영화 ‘도라에몽: 스탠바이 미’의 열풍이 거세다. 일본의 인기 만화 캐릭터 ‘도라에몽’을 기반으로 한 이 영화는 개봉 4일째인 지난달 31일 하루에만 8800만 위안(약 157억원)의 수입을 기록해 중국에서 애니메이션 영화 최고 기록을 돌파한 데 이어 중국 내 개봉관의 절반을 차지했다.

앞서 전날 중국 당국이 ‘데스노트’ 등 일본 애니메이션 38편에 대해 방송금지 처분을 내린 것을 두고도 ‘선택권 박탈’ 논란이 이는 등 반일감정이 높았던 중국에서도 일본의 기술과 콘텐츠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이종선 기자 remember@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