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확진자 발생 병원이 늘어나면서 대중교통 이용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지하철·버스 승객은 메르스 확산 이후 급격히 줄었다.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출근으로 바꾼 이들이 많다. 그러나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은 거의 유일한 메르스 예방책인 손 씻기에 여전히 무신경한 것으로 나타났다.
메르스에 대한 불안감은 소비 위축으로 이어지면서 휴일 도심 교통량도 줄었다. 서울시 교통운영과 관계자는 “지난달 31일과 지난 7일 서울 지역 교통량(서울역, 올림픽대로 등 8곳)을 비교한 결과 메르스가 크게 확산된 7일의 도심 교통량이 9.4% 감소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10일 메르스 감염자 중 첫 사망자가 발생한 2일부터 8일까지 서울지역 버스 이용객(교통카드 승차 연인원 기준)이 그 전 1주일보다 269만명 줄었다고 밝혔다. 지난달 26일부터 지난 1일까지 3216만명이던 이용객이 2947만명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서울도시철도공사(5∼8호선)가 집계한 지하철 승객도 747만3575명이나 줄었다. 서울메트로(1∼4호선)는 “지난 8일 이용객 수를 지난해 같은 날과 비교해보니 10.3%인 46만8974명 감소했다”고 밝혔다. 수도권 곳곳에서 확진환자가 발생한 탓에 불안을 느낀 승객들이 대중교통 탑승을 꺼리는 것이다.
경기도 군포에서 출발해 서울 서초구 강남고속버스터미널 정류장까지 운행하는 540번 버스는 종점에 위치한 서울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확진자가 발생하자 승객이 급격히 줄었다. 버스회사 관계자는 “메르스 발생 이후 서울·경기권 버스 노선 전체에서 손님이 눈에 띄게 줄었다”며 “소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는 “열차 손잡이와 승강장 의자, 자판기, 에스컬레이터 핸드레일 등을 수시로 소독하고 지하철역마다 손 소독기를 배치했다”며 “고객들의 철저한 개인위생 관리도 필요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대중교통 대신 자가용 이용이 늘어나면서 출퇴근길 정체는 더 심해졌다. 경기도 광명에서 서울 강남구 삼성동으로 출근하는 회사원 박모(31·여)씨는 “메르스 이후 평소보다 1.5배는 차가 많아진 것 같다”며 “20∼30분 일찍 집을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대중교통에 대한 불안감과는 달리 다중이용시설 이용자들은 개인위생에 무관심한 모습이었다. 국민일보 취재팀이 이날 서울 신촌과 종로, 잠실·명동 일대의 백화점과 대형 서점, 영화관, 은행 등을 둘러봤지만 입구에 비치된 손세정제나 소독기를 사용하는 사람을 찾아보기 어려웠다. 메르스 확진 환자와 사망자가 속출하고 있지만 공공장소에서의 위생 관념은 실종 상태였다.
서울 종로구 교보문고 광화문점은 지난 4일 출입구 3곳에 한 대씩 총 3대의 손세정기를 설치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서점에 들어선 사람들은 구석구석 돌아다니며 서가에 놓인 책을 맨손으로 만졌고 도서 검색용 컴퓨터에도 여러 사람의 손길이 닿았지만 이후 손세정기를 이용하는 사람은 없었다. 잠실 롯데월드몰 1층과 지하 1층 안내데스크에도 자동 손소독제와 펌프형 손소독제가 2대씩 비치돼 있었지만 10여분 동안 이곳을 지나친 20여명 모두 사용하지 않았다.
기본적인 위생 물품을 구비하지 않은 공공기관도 수두룩했다. 메르스 첫 확진 환자가 발생한 지 3주가 지났지만 서울 용산구 남산도서관엔 손소독제를 찾아보기 어려웠다. 도서관 관계자는 “8일 문화체육관광부로부터 공문이 내려와 주문을 했다”며 “품절된 상점이 많아 소독제 구하는 데도 애를 먹었다”고 했다.
김미나 황인호 심희정 홍석호 기자
mina@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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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1 02:43 수정 2015-06-11 19: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