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현대미술관장 후보 최효준씨 “문체부 관리가 공모 무산됐다며 사퇴 종용”

입력 2015-06-11 02:47

문화체육관광부가 국립현대미술관장 공모 결과 적격자가 없어 재공모를 추진하겠다고 9일 밝힌 것에 대해 최종 후보자로 알려진 최효준(64·사진)씨가 10일 서울 중구 한 찻집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최씨는 “지난 8일 문체부 관리가 나를 찾아와 공모가 무산됐다고 통보했다”며 “이야기를 하던 중 ‘자진사퇴할 수는 없을까요’라고 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이게 자진사퇴 종용이지 압력이라고 느끼지는 않았다”며 “장관 면담 주선을 요구했지만 이뤄지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인사혁신처가 전문심사위원을 동원해 서류 심사와 면접, 역량 평가까지 거쳐 적격이라고 했는데, 문체부가 부적격이라고 결정하는 것은 인사채용의 공정성을 위한 개혁적 제도와 시스템을 무력화하는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는 “이 판단의 주체는 장관이었다고 생각한다”며 “기관(문체부)의 미션을 고민했다면 나를 불러서 심층 면접을 하거나 제기된 문제점에 대해 피드백을 했어야 하는데 한 번도 의견을 물어본 적도 없었다”고 주장했다.

최씨는 이어 영화진흥위원회, 문화예술위원회 등 문체부 산하 기관장의 낙하산 인사 논란을 언급하면서 “자기편이 아닌 사람은 수용하지 못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문체부 장관을 ‘문사코’(문화 부문의 사이코패스)라고 명명하며 원색적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그는 “문체부의 결정이 절차상 문제가 없다고 하니 법적 대응할 생각도 없다”고 덧붙였다.

서울대 상대를 나온 최씨는 미국 미시간주립대학에서 미술을 공부한 뒤 서울시립미술관 전시과장, 국립현대미술관 덕수궁관장, 경기도미술관장 등을 지냈다.

문체부는 “최씨가 주장하고 있는 사퇴 압력은 사실이 아니다”며 “다만 사전통보 대화 과정에서 적격자 없음으로 발표될 경우 후보자의 경력이 훼손될까 우려해 스스로 사퇴하는 방법이 논의된 바는 있다”고 설명했다.

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