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조 요정’ 亞무대 화려한 나들이…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 첫날

입력 2015-06-11 02:16
‘리듬체조 요정’ 손연재가 10일 충북 제천 세명대체육관에서 열린 제7회 아시아리듬체조선수권대회에서 후프 연기를 펼치고 있다. 손연재는 18.100점으로 1위를 차지하며 아시아선수권 2연패를 향해 순조롭게 출발했다. 연합뉴스

올해 들어 손연재(21·연세대)는 체력적인 문제로 고전했다.

지난 3월 포르투갈 리스본에서 열린 시즌 첫 국제체조연맹(FIG) 리듬체조월드컵에서 개인종합 4위를 차지하고 종목별 결선 후프에서 은메달을 목에 걸었지만 나머지 종목은 5, 6위에 그쳤다. 4월 루마니아 부쿠레슈티 월드컵에선 발목을 다치면서 기권했다. 같은 달 국가대표 선발전 2차전엔 아예 나오지도 못했다. 지난달 타슈켄트 월드컵에서 개인종합과 후프 종목에서 동메달을 획득해 발목 부상의 우려는 떨쳐냈지만 여전히 체력과 표현력에서 부족한 모습을 드러냈다. 9월 세계선수권대회와 내년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앞두고 주변에서 우려 목소리가 나온 이유다.

그러나 손연재는 10일 충북 제천 세명대체육관에서 개최된 ‘2015 리듬체조 아시아선수권대회’ 첫날 후프와 볼 부문에서 개인 종합 예선 1위에 오르며 그동안의 우려가 기우였음을 입증했다.

작은 실수는 있었지만 손연재는 완벽에 가까운 연기를 선보였고 대회 2연패 도전에 청신호를 밝혔다. 손연재는 2013년 우즈베키스탄 타슈켄트에서 가진 아시아선수권대회에서 한국 선수로는 최초로 개인종합 금메달을 획득했고, 지난해 인천아시안게임에서 우승하며 2년간 아시아 퀸 자리를 지켰다.

이날 손연재는 자신의 주특기인 후프에서 클린 연기를 펼쳤다. 피아노곡 ‘코니시 랩소디’에 맞춰 1분 30초 내내 여유 있게 연기했다. 포에테 피봇에 이은 마스터리 난도를 구사한 손연재의 점수는 18.100이었다.

앞서 손연재는 스페인 가요 ‘소모스’에 맞춰 볼 경기를 했다. 그동안 고전했던 공을 높이 던져 발로 받아내는 동작에는 성공했다. 하지만 공을 던져 등 뒤로 받아내는 난도에서는 놓치는 실수를 범했다. 점수는 17.600점이었다.

손연재의 남은 과제는 체력적인 부분이다. 대회는 14일까지 나흘간 빡빡하게 진행된다. 첫날 후프·볼에 이어 2일차엔 개인 곤봉과 리본 경기를 치른다. 3일차엔 개인 종목별 결승, 마지막 날에는 개인 종합 결승을 4종목씩 갖는다.

변해심 대한체조협회 리듬체조 연구위원장은 “루틴(안무)을 바꿨고 수구(볼·후프) 동작도 다양해졌다”면서 “앞으로 루틴을 좀 더 보완해 나간다면 세계선수권대회는 물론이고 리우 올림픽에서도 좋은 성적을 거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선수들은 늘 체력적인 부담과 심리적 압박을 안을 수밖에 없다”면서 “손연재가 잘 이겨낼 것”이라고 덧붙였다.

손연재의 대항마로 꼽히는 우즈베키스탄의 에이스 엘리자베타 나자렌코바는 후프(17.900)와 볼(17.500)에서 나란히 2위를 차지했다. 러시아 머만스크에서 태어난 나자렌코바는 지난해 3월 우즈베키스탄으로 귀화한 뒤 곧바로 대표팀에 발탁됐다.

천송이(18·세종고)도 물오른 기량을 펼쳐 보이며 후프(16.700)와 볼(16.250) 부문에서 각각 6위에 올랐다.

제천=서윤경 기자 y27k@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