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취약한 지배구조 파고든 엘리엇 공세, 근절책 절실

입력 2015-06-11 00:43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에 제동을 걸고 나선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가 9일 삼성물산 주주총회결의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해 삼성과 엘리엇의 법적 공방이 불가피해졌다. 지난 4일 ‘경영 참가’ 목적으로 삼성물산 지분 7.12%를 보유하고 있다고 공시한 엘리엇은 합병 계획안이 삼성물산 가치를 과소평가했을 뿐 아니라 합병 조건도 공정하지 않다고 주장한다. 합병 비율에 불만을 품은 일부 소액주주들도 엘리엇과의 연대를 선언했다. 이에 삼성물산은 10일 미래 불확실성 등 합병 근거가 된 구체적 데이터를 처음으로 제시하며 반격에 나섰다.

엘리엇의 속셈이 무엇인지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헤지펀드 속성상 단기 시세 차익을 노린 것이라는 게 당초 예상이었으나 가처분 신청을 계기로 장기전에 대비해야 한다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엘리엇이 이사진 교체 등 상법상 가능한 모든 요구를 하는 것은 물론 합병 비율 산정이 자산 기준으로 돼 있는 다른 국가와 달리 주가 기준인 국내 자본시장법을 문제 삼아 투자자-국가 간 소송(ISD) 카드도 들고 나올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어찌됐든 삼성물산 보유 주식의 현물배당까지 요구한 걸 보면 속내는 결국 수익 극대화에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번 사태는 단순히 삼성만의 문제가 아니다. 취약한 지배구조를 갖고 있는 국내 상장사 모두의 문제다. 외국인 지분이 갈수록 많아지는 상황에서 헤지펀드 공격을 받으면 기업이 위태로워진다. 2003년 영국계 소버린자산운용의 SK 공격, 2004년 영국계 헤르메스의 삼성물산 공격 등에서 보듯 헤지펀드들은 분쟁을 일으키고 나서 주가가 급등하면 지분을 팔아치워 막대한 차익을 챙기곤 했다. 이에 대한 대처가 필요하다. 기본적으로는 투명한 기업 지배구조, 주주 친화적 경영과 소통 강화, 기업가치 제고 등이 요구된다. 삼성으로서는 지배구조 개편 과정에서 발생한 이번 분쟁을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 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