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나다월드컵 조별리그 1차전] ‘삼바 축구’에 아쉬운 패배… 실력 제대로 발휘 못한 태극낭자들

입력 2015-06-11 02:17
지소연이 10일(한국시간) 캐나다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조별리그 브라질의 1차전에서 0대 2로 패한 뒤 심서연의 품에 안겨 아쉬워하고 있다. 연합뉴스

“경기가 끝난 뒤 (지)소연이가 펑펑 울었을 겁니다.”

‘지메시’ 지소연(24·첼시 레이디스)의 스승인 이상엽 한양여대 감독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했다. 한국(FIFA 랭킹 18위)이 10일(이하 한국시간) 몬트리올 올림픽 스타디움에서 열린 2015 캐나다 여자월드컵 E조 1차전에서 브라질(7위)에 0대 2로 패하자 이 감독은 제자를 걱정했다.

“처음으로 월드컵 무대에 올랐기 때문인지 긴장한 모습이 역력했습니다. 몸이 굳어 있더군요. 점수를 주자면 100점 만점에 60점밖에 못 주겠어요. 제 기량을 펼쳐 보이지 못하는 걸 보니 정말 안타깝더군요.”

잉글랜드 무대에서 뛰어난 실력을 뽐내고 있는 지소연도 체력과 스피드, 기술을 모두 갖춘 ‘삼바축구’ 앞에 무릎을 꿇을 수밖에 없었다. 한국 여자대표팀은 세계 최강 브라질을 맞아 ‘선수비-후역습’ 카드를 빼 들었지만 수비에서 치명적인 백패스가 나왔고 역습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한국은 선제골을 아쉽게 내줬다. 전반 33분 수비수 김도연이 골키퍼에게 백패스를 한 것이 조금 짧았다. 브라질의 37세 베테랑 포르미가는 이를 놓치지 않고 가로채 오른발 슈팅으로 결승골을 꽂았다. 0-1로 뒤진 한국은 지소연에게 큰 기대를 걸었다. 그러나 지소연은 의욕이 너무 앞선 탓에 위협적인 장면만 몇 차례 연출했을뿐 골을 터뜨리진 못했다.

반면 브라질의 ‘여자 펠레’ 마르타(29)는 펄펄 날았다. 마르타는 1-0으로 앞서 있던 후반 8분 페널티킥을 성공시켰다. 지소연이 조소현에게 찔러 준 백패스가 또 포르미가에게 차단당했고, 조소현이 페널티지역에서 포르미가의 발을 걸었다는 판정을 받았다. 키커로 나선 마르타가 넣어 여자축구 역사를 새로 썼다. 통산 15번째 골을 터뜨린 마르타는 비르기트 프린츠(독일)를 제치고 월드컵 통산 역대 최다 득점자가 됐다.

대표팀은 14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코스타리카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서 승리를 따내지 못하면 16강 진출이 어려워진다. 한국은 당초 FIFA 랭킹 37위인 코스타리카를 1승 제물로 삼았다. 그러나 코스타리카는 유럽의 강호 스페인을 상대로 1대 1 무승부를 거두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월드컵에 첫 출전한 코스타리카는 전반 13분 선제골을 허용했지만 1분 만에 만회골을 터뜨리는 저력을 보였다.

지소연은 경기 후 “우리가 너무 내려서서 당하기만 한 것 같다”며 “2, 3차전에서 정말 물러설 수 없게 됐다. 코스타리카전에서는 배수의 진을 쳐야 한다”고 전의를 다졌다.

이 감독은 “지소연은 누구보다 승부욕이 강한 선수”라며 “브라질에 져 독기를 품었을 것이다. 코스타리카전에선 제 기량을 100% 발휘할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미국 스포츠전문채널 ESPN은 “한국은 스페인, 코스타리카와 비슷한 전력”이라며 “한국이 아직 월드컵 본선에서 승리 기록이 없지만 이날 경기력을 보면 2, 3차전에 희망을 품을 만하다”고 보도했다.

김태현 기자 taehyu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