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전통춤이 현재까지 이어지게 된 데에는 한성준(1874∼1941·사진)의 활약이 있었기에 가능했다. 지금으로 치면 예술가지만 구한말까지만 해도 천대받던 재인 집안 출신이었던 그는 어릴 때 춤과 장단, 줄타기 등을 익힌 뒤 당대 최고수로 명성을 얻었다.
특히 한성준은 1930년대 후반 일본 식민통치 아래 사라져가는 조선 춤을 보존·계승하기 위해 ‘조선음악무용연구소’를 설립, 100여 종목에 달하는 전통춤을 집대성하고 무대 양식화했다. 아울러 국내뿐 아니라 일본과 만주까지 활동의 지평을 넓히며 조선 고유의 춤과 장단으로 민족혼(魂)을 되살리고자 했다.
한성준이 창안한 승무(무형문화재 27호), 태평무(무형문화재 92호), 살풀이춤, 학춤, 한량무, 훈령무 등은 오늘날 최고의 전통춤으로 손꼽힌다. 그리고 그의 문하에서 손녀딸 한영숙을 비롯해 강선영, 김천흥 등 기라성 같은 전통춤꾼들이 배출됐으며 신(新)무용의 최승희, 조택원에게도 영향을 끼쳤다. 사실상 현재 한국 전통춤이 그에게서 출발했기 때문에 ‘한국 전통춤의 아버지’라는 수식어가 따라다닌다.
지난해 한성준 선생 탄생 140주년을 맞아 시작된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이 2회째인 올해 광복 70주년을 기념해 서울 대학로 아르코예술극장에서 ‘우리 춤의 혼과 맥, 몸짓의 향연’이라는 주제로 개최된다. 한국과 중국의 한민족 무용가들이 참가하는 대규모 합동공연 및 국제학술심포지엄으로 구성됐다.
12일 이주희 중앙대 교수와 임현선 대전대 교수, 전은경 숙명여대 겸임교수 등 중견 무용가들이 전통춤 명작 공연을 꾸민다. 13일에는 한성준의 맥을 잇는 재중동포 무용가와 국내 무용가의 합동공연 ‘한민족무용가의 밤’이 열린다. 인간문화재 이애주가 ‘승무’를, 창작무용가 배정혜가 ‘한푸리’를 춘다. 중국 조선족무용사회의 중심인 옌볜대 중앙민족대학 김영화, 최월매 교수가 안무한 ‘홍타령’ ‘쟁강춤’ 등이 무대에 오르고 최승희의 ‘초립동’을 정승희 한국예술종합학교 명예교수가 재구성해 신예 무용수 윤호정의 춤으로 선보인다.
지난해 ‘제1회 한성준예술상’을 받은 창작무용가 김매자는 14일 단독 공연을 갖는다. 그의 대표작 ‘봄날이 간다’ ‘살풀이춤’ 등이 펼쳐지고 크로스오버 테너 임태경이 특별 출연한다.
13∼14일 국립민속박물관 전통배움나눔터에서는 국내 연구자들과 중국 재중동포 무용학자들이 참여한 가운데 ‘한민족 춤의 역사와 전망’을 주제로 국제학술심포지엄도 개최된다.
장지영 기자 jyjang@kmib.co.kr
“한성준 맥 잇자” 한민족 춤꾼들의 향연… 제2회 대한민국전통무용제전
입력 2015-06-11 02:4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