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은 이제 불치병이 아니라 만성질환이 되어가고 있다. 예전처럼 무조건 죽는 병이 아니라 적극적으로 치료에 나서 관리한다면 만성질환처럼 함께 살아갈 수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모든 환자가 평등하게 치료를 받기는 어렵다. 일부환자는 치료제가 없거나, 치료제가 있어도 건강보험적용을 받지 못해 비용이 높아 사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최초의 항암제는 나이트로젠 머스타드(Nitrogen mustard)로 2차 세계대전에서 화학무기로 사용된 독성물질이다. 악성종양에 효과가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면서 1943년 호지킨 림프종 치료에 사용됐는데 분화속도가 빠른 정상세포까지 구분 없이 공격해 탈모·구토·합병증 등의 강한 부작용이 있다. 1977년에는 전립선암에서 70%의 치료효과를 보이는 백금계 화학치료로 3제 복합제가 사용됐고, 1986년 인터페론 알파, 1990년대에는 항원억제 유전자가 발견되며 암 치료의 새로운 변기를 맞게 된다.
1997년 2세대 항암제인 표적치료제가 처음 등장했는데 특정 유전자변이에 의한 종양세포만을 표적해 작용함으로써 전신 화학항암요법에서 나타나는 부작용을 줄이고, 치료 반응율은 높였지만 암 유발 특정 유전자 변이가 있는 환자들에게만 사용할 수 있다는 점과 치료제의 내성발현이 문제로 제기됐다.
최근 3세대 항암제로 떠오르고 있는 것은 ‘면역항암제’이다. 몸속 면역세포를 이용해 선택적으로 암세포를 공격하게 만드는 항암제인데 신체의 일부인 것처럼 위장하고 있는 암세포를 면역체계가 인지하고 공격하도록 돕는다. 기존 항암제보다 부작용도 적고, 치료 효과가 좋아 암을 만성질환처럼 관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고 있는 최신 치료제다. 일례로 폐암의 경우 발견됐을 때는 이미 치료 시기가 늦은 경우가 많은데 최근 면역항암제 임상연구에 따르면 폐암에 효과적인 유효성을 보였다는 연구결과가 발표되며 비소세포성폐암에 획기적인 치료제로 부각되고 있다.
문제는 이러한 효과적인 치료제들을 환자들이 사용하기 쉽지 않다는 것인데 가격이 비싸 건강보험에서 지원을 받지 못하면 환자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더욱이 면역항암제가 표적치료제 등과 병용했을 경우 효과를 검증하는 임상연구들이 활발하게 진행되고 있는데 두 가지 약제를 비보험으로 사용했을 경우 치료받을 수 있는 환자는 크게 줄어들 수밖에 없다. 치료제는 모든 사람들이 쓸 수 있어야 좋은 치료제다. 약이 없어서 치료를 받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약값이 없어 치료받지 못하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는 정책적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조민규 기자 kioo@kukimedia.co.kr
[암과의 동행] 항암제 건보적용 아직 ‘높은 벽’… 약값 마련 어려워 진료포기 속출해서야
입력 2015-06-15 02:0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