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지개 뜨는 진료실] 4살 요셉이의 장기이식… 삶을 알 겨를도 없이 누군가에 새 삶 선물

입력 2015-06-15 02:54 수정 2015-06-15 19:59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간을 기증받아 우리 요셉이가 3년을 더 행복하게 살았잖아요. 요셉이에게 3년의 시간을, 우리 가족이 요셉이와 함께 보낼 수 있는 시간을 선물해준 그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기 위해 장기기증을 선택했습니다.”

지난달 8일, 4살의 어린 요셉이는 자신의 심장과 신장을 다른 이에게 주고 세상을 떠났다. 요셉이의 작은 심장은 또래의 여자 아이에게 전달됐고, 신장 2개는 혈액투석 중인 신부전 환자에게 갔다. 심장병을 앓던 여아는 요셉이의 심장 덕분에 또래 아이들과 함께 놀이터에서 뛰어놀 수 있게 되었고, 망가진 신장을 붙들고 매일 4시간씩 힘겹게 혈액투석을 받던 신부전 환자는 이전과 다른 새 삶을 살게 될 것이다. 모두 요셉이의 덕분이다.

요셉이도 누군가의 도움을 받은 경우였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으로 신촌 세브란스병원에서 치료중인 요셉이도 한 달여의 기다림 끝에 뇌사자로부터 간이식을 받아 건강을 되찾고 또래 아이들 처럼 성장해 나갔다. 그렇게 요셉이는 평생 건강하게 살아갈 줄 알았다. 요셉이 부모는 “가족 간이식이 어려워 뇌사자 장기기증 만이 유일한 희망이었다. 운 좋게도 요셉이의 차례가 빨리 와 요셉이는 간이식 받고 건강한 생활을 보냈다. 그리고 3년 후 원인모를 폐혈증 쇼크로 뇌사에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부모는 요셉이를 떠나보낸 슬픔을 여전히 안고 살아가는 듯 했다. 대화 중 북받치는 울음을 눌러가며 요셉이의 이야기를 풀어나갔다. 부모는 “모르는 누군가로부터 간을 기증받아 우리 요셉이가 3년을 더 행복하게 살다갔다. 그 분의 간이 아니었다면 요셉이는 더 일찍 우리 곁을 떠났을지 모른다. 요셉이에게 3년의 시간을, 우리 가족이 요셉이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준 그분들의 은혜를 잊지 않고 있었다. 막연히 사후 장기기증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는데, 예기치 못한 죽음의 문턱이 너무도 빨리 찾아왔다”고 말했다.

요셉이는 패혈증 쇼크로 심정지가 왔고, 45분간 이어진 의료진의 심폐소생술로 회복됐으나 뇌사에 빠졌다. 부모는 이 순간을 평생 잊지 못한다고 말했다. 부모는 “요셉이가 천국을 바로 가지 않고 기적처럼 돌아온 이유가 뭘까 생각하게 됐다. 아이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 생명을 나눠주고 싶다는 메시지를 우리에게 보내는 듯 했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인터뷰를 승낙한 이유에 대해 묻자, 짧게 살다간 요셉이의 삶이 결코 헛되지 않았음을 알리고 싶은 마음에서였다. 부모는 “우리에게는 슬프지만 누군가의 죽음이 때론 누군가에게 새 생명이 된다. 뇌사자 장기기증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더 확산되길 바란다”며 마지막으로 요셉이에게 메시지를 남겼다.

“요셉아, 우리에게 와줘서 고맙고, 아빠, 엄마는 지금은 많이 슬프지만 다시 만날 너에게 부끄럽지 않게 열심히 살아가고 있을게. 아빠, 엄마 얼굴 잊지 말고 다시 만날 때까지 천국에서 행복하게 있으렴. 사랑한다, 우리 아가.”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