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단비 기자의 암환자 마음읽기] 겉만 요란한 의료비 지원… 막상 신청하면 겹겹이 차단막

입력 2015-06-15 02:28

수술비는 말할 것도 없고, 각종 검사비와 입원비, 약값 등 암환자가 완치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의료비 지출은 상당하다. 특히 그동안 가족의 생계를 책임지던 가장의 암 판정은 곧 가족 경제의 무너짐을 뜻한다. 아내는 암환자가 된 남편을 간호하기 위해 생업에 나설 수도 없는 상황이다. 어린 자녀가 있는 경우라면 암환자의 가정은 더욱 힘겨워진다.

암이 간에서 폐로 전이된 환자 박모씨를 만났다. 박씨는 암 진단후 급격히 나빠진 가계를 때문에 괴로웠다고 말한다. 박씨는 “동사무소를 찾아갔다. 당시 기초생활수급자까지는 아니었지만 경제적으로 어려운 저소득 계층의 의료비를 책임져준다는 얘기를 들은 뒤였다. 찾아보니 의료급여특레제도, 장애연금 등 나에게 해당하는 것이 많았다. 그러나 막상 찾아간 동사무소에서는 어떠한 도움도 받을 수 없었다. 내 상태가 국가의 도움을 받을 정도로 심각하지 않다는 것이다. 내게는 중, 고등학생 아들, 딸이 있다. 가족 중 나 말고는 경제활동을 할 수 있는 사람이 없고 매달 각종 치료비로 몇 백 만원을 지출하는 상황이다. 앞으로 얼마나 많은 치료를 받아야하는지 가늠할 수도 없다. 겨우 몇 십 만원 하는 자녀 고등학교 등록금도 낼 형편이 안 되는데, 왜 내가 해당이 안 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 동사무소 직원의 말을 들어보면 지금의 복지제도는 암환자가 거의 죽기직전의 상태가 돼야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는 제도”라며 토로했다.

박씨는 동사무소를 몇 번씩 찾아간 후에 겨우 쌀 5㎏짜리를 받아왔다고 한다. 분명 쌀을 받으러 간 것은 아닐 것이다. ‘쌀이라도 받아왔다’고 말하는 그의 목소리에는 당시 겪었던 좌절감이 묻어난다. 박 씨는 암환자가 되기 전부터 집안이 넉넉한 형편이 아니었고, 암이 간에서 폐로 전이돼 치료과정이 복잡했다. 치료가 복잡한 만큼 지출되는 의료비가 많았다. ‘암으로 죽기 직전의 상태가 돼야 겨우 도움을 받을 수 있다’는 그의 말은 사회복지 정책입안자들이 결코 지나쳐서는 안 되는 말이다. 우리나라 사회복지제도가 그 가짓수만 많고 현실적으로 도움을 청하러 간 환자들에 생채기만 입히는 건 아닌지 다시 생각해볼 때다. 박 씨는 기자에게 간곡히 부탁했다. 그는 주위에서 암치료 과정에서 생계가 무너지는 경우를 많이 봤다고 말했다. 대화 중 ‘제도 안 사각지대’라고 말하곤 했다.

“기자님, 기자님이 알려주세요. 복지부가 만든 제도가 얼마나 허술한지, 그 제도 때문에 또 상처 입는 암환자가 얼마나 많은지, 암환자의 목소리에는 귀 기울이지 않고 자기네들 보기에 좋은 제도를 만들어 놓고 알아서 혜택을 받아가라는 그 모순된 제도를 세상에 알려주세요.”

김단비 기자 kubee08@kukimedi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