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서울병원에서 만삭의 40대 임신부가 메르스 1차 양성 판정을 받았다. 지금까지 임신부의 메르스 감염 사례는 중동에서 보고된 2건이 전부다. 최종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는 이 임신부가 확진될 경우 국내 첫 사례이자 세계적으로 확인된 세 번째 케이스가 된다.
삼성서울병원은 “다음 주 출산을 위해 산부인과 병동에 입원한 환자의 요청으로 메르스 검사를 해보니 양성이 나왔다”고 9일 밝혔다. 이 임신부가 8일 오후 메르스 검사를 요청했을 때는 경미한 근육통만 있을 뿐 체온이 정상이고 기침·호흡곤란 증상도 없었다. 그래도 재차 검사를 요청해 9일 오후 6시쯤 병원 자체 검사를 벌인 결과 양성이어서 질병관리본부에 검체를 넘긴 상태다. 병원 측은 “지금도 발열·기침·호흡곤란 증상은 없다”고 말했다.
이 임신부는 지난달 27일 급체로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찾은 어머니를 만나러 갔다가 메르스에 감염된 것으로 추정된다. 14번 환자가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있을 때였다. 산부인과 의료진은 현재 이 임신부의 출산 시기와 방법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국제 학술지 ‘감염병 저널’ 등에 따르면 2012년 요르단과 2013년 아랍에미리트연합(UAE)에서 임신부의 메르스 감염 사례가 보고됐다. 요르단 임신부는 감염 후 태아가 위험 약물에 노출될까봐 치료를 거부했으나 임신 5개월 만에 사산했다. UAE 임신부는 메르스 감염 상태에서 건강한 아기를 출산했으나 산모는 숨졌다.
임신부는 태아가 커지면 흉곽을 압박해 폐활량이 줄고, 2인분의 산소를 공급하느라 폐의 부담은 커진다. 폐를 공격하는 메르스·사스·신종플루 등의 바이러스에 더 취약할 수밖에 없다. 폐 기능이 약해지면 모체가 공급하는 산소가 줄어 태아에게도 좋지 않다. 메르스 증상 중 특히 고열이 유산을 유발하는 위험 요소다.
감염병 저널 연구진은 메르스가 폐렴을 잘 일으켜 임신부의 경과가 나쁘고 조산 위험이 커진다는 의견을 밝혔다. 2003년 사스 유행 때 임신 초기에 감염된 중국 여성의 59%가 유산했다는 보고가 있다. 2009년 신종플루 유행 때는 임신부가 고위험군으로 분류됐다.
김영한 신촌세브란스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임신부는 호흡기 바이러스에 취약하고 일반인보다 심각한 합병증 위험이 높다”며 “36주를 넘겼다면 유산 위험을 안고 기다릴 게 아니라 제왕절개 수술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산부인과전문의 김주경씨는 “고열 등으로 임신부 상태가 나빠지면 제왕절개 수술을 할 수 없게 된다”며 “상태 악화 전에 출산방법을 결정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삼성서울병원발(發) 메르스 추가 환자는 3명으로 하루 만에 급감했다. 이 병원 감염자는 총 37명이 됐다. 발표일 기준으로 7일 10명, 8일 17명이던 게 크게 줄어 ‘삼성서울병원 2차 유행 사태’는 진정 추세에 접어든 것으로 보인다.
14번 환자가 이 병원 응급실에 머물렀던 시기는 지난달 27∼29일이고, 오는 12일이면 최장 잠복기간(14일)이 끝나게 된다. 평택성모병원의 경우 1번 환자가 다녀간 뒤 20일간 확진자가 발생했었다.
문수정 기자 thursday@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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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르스 이번주 고비] ‘만삭 임신부’ 일반인보다 심각한 합병증 우려
입력 2015-06-10 03:06 수정 2015-06-10 18:3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