퀴어문화축제조직위원회는 9일 기독교계의 거센 항의를 받고 예정보다 1시간 늦은 오후 8시쯤 행사를 시작했다. 대폭 축소된 개막식은 유튜브를 통해 생중계됐다. 유튜브에는 ‘사실상 게이들의 신 예수님’ ‘예수도 항문섹스를 알았다면 그렇게 외롭게 죽어가진 않았을 것이다’ 등 차마 입에 담을 수 없는 비이성적인 글들이 올라왔다. 여성으로 전환한 트랜스젠더는 사회를 보면서 찬송하는 교인들을 향해 “정말 저분들을 예수님 곁으로 보내고 싶다”고 조롱하는 말을 던졌다.
문경란 서울시인권위원장은 축사에서 “성소수자들을 혐오하는 세력들은 온갖 선정적 말로 근거 없이 비판했다”면서 “그들은 16년간 진행된 축제를 조직적으로 방해·차별·혐오했다. 축제의 개최 여부마저 불투명할 정도로 우여곡절을 겪었다”고 말했다. 문 위원장은 “단언컨대 혐오세력은 표현의 자유가 아니라 동성애자들의 존엄성을 짓밟는 폭력(을 쓰고 있다)”이라고 맹비난했다. 퀴어문화축제를 반대하는 기독교인들을 혐오세력으로 폄훼한 문 위원장의 발언은 공직자의 처신을 의심케 할 정도로 부적절했다.
교인들은 행사장 근처에서 ‘짐승도 하지 않는 동성애, 남자+남자 결혼 웬 말이냐’는 플래카드를 펼치고 “물러가라” “회개하라”를 외쳤다. 어린 두 아들과 서울광장을 찾은 소민정(42·여)씨는 “메르스 확산 때문에 공공장소를 방문하는 것이 부담스러웠지만 부모로서 아이들에게 동성애가 얼마나 잘못된 것인지 몸소 느끼게 해주기 위해 이렇게 나섰다”고 말했다.
세 살짜리 딸을 안고 현장을 찾은 윤은경(34·여)씨도 "동성애자들의 행사가 서울광장에서 버젓이 펼쳐진다는 현실에 참담함을 느낀다"며 "아이들에게 동성애가 자연스러운 일상 문화로 인식될까 두렵다"고 씁쓸해했다.
오후 3시부터 플래카드를 들고 반대 시위에 나섰다는 이한수(26)씨는 "무엇이 올바른 것인지 외치고 실천해야겠다는 마음에 경기도 안산에서 왔다"면서 "행사가 끝나는 오는 28일까지 시청에 나와 반대 시위를 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를 통해 지인들에게도 동성애의 폐해를 알릴 것"이라고 강조했다. 퀴어문화축제조직위는 오는 13일 서울 이태원 클럽에서 수영복을 입고 메인 파티를 연다.
백상현 기자 100sh@kmib.co.kr
서울시인권위원장, 기독교인 겨냥 “혐오세력” 막말
입력 2015-06-10 0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