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충북 첫 확진 판정… ‘청정 강원’도 뚫렸다

입력 2015-06-10 03:12 수정 2015-06-10 18:41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은 아직 '병원 내 감염'이 주된 전파 경로다. 하지만 확진 판정 이전에 환자들이 각 지역 병원을 여러 곳 거치면서 엄청난 수의 접촉자를 만들어내고 있어 보건 당국은 병원 간 이동 자제를 부탁했다. 첫 환자는 충남 아산, 서울 강동구, 경기도 평택으로 옮겨 다니며 바이러스를 전파했고, 평택성모병원의 2차 감염자들이 다시 서울과 대전으로 이동하면서 사태가 확산됐다. 그 3차 감염자들이 다시 지방 곳곳을 다니며 불안이 증폭되는 실정이다. 메르스 전파 및 대응 상황을 권역별로 정리했다.

◇서울=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무더기로 메르스 바이러스 감염자가 나오면서 평택의 전체 감염자 수(37명)를 뛰어넘었다.

9일 현재 삼성서울병원 감염자가 37명, 서울아산병원 1명, 여의도성모병원 1명, 강동구 365서울열린의원 1명 등 총 40명(일부 지방으로 이동한 확진자 포함)에 이른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14번 환자(35)는 지난달 27∼29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 머물면서 대규모로 확진자를 낳았다.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메르스에 옮은 일부 확진자는 지방으로 이동해 지역병원을 경유하기도 했다. 삼성서울병원 의사인 35번 환자(38)는 확진 판정 전에 1500여명이 모인 재건축조합 총회에 참석하기도 했다.

1번 환자(68)에게 옮은 365서울열린의원의 의사(5번 환자)는 8일 완치돼 퇴원했다. 평택성모병원에서 감염된 6번 환자(71)는 서울아산병원 응급실에서 청원경찰인 92번 환자, 여의도성모병원에서 사위인 88번 환자에게 바이러스를 전파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감염된 76번 환자(75·여)는 한 요양병원을 거쳐 지난 5일 강동경희대병원을 방문했고, 이때부터 메르스 증상이 시작됐다. 하루 뒤 건국대병원으로 이동했다.



◇경기=용인시 수지구에 사는 A씨(65·여)·B씨(72) 부부에 이어 처인구에 사는 C씨(47)도 최종 확진자로 판정받아 모두 서울 소재 국가지정 격리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성남시에 사는 D씨(49·중원구)는 1차 검사에서 ‘음성’ 판정을 받았으나 2차 검사에서 확진자로 판정됐다.

수원에서도 지병치료차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했던 E씨(42·권선구 곡반정동)와 F씨(62·권선구 세류동) 등 2명이 이날 감염자로 최종 확정됐다. E씨가 병원에서 한 차례 퇴원할 당시 승용차에 함께 탄 어머니는 현재 평택시 자택에서 격리 중이다.

또 메르스 환자가 입원해 있는 병원에서 학생들이 단체로 건강검진을 받은 사실이 뒤늦게 확인돼 학교들에 비상이 걸렸다.

9일 경기도교육청의 ‘메르스 확진환자가 있었던 의료기관에서 학생건강검진 실시현황’ 자료에 따르면 5개 교육지원청 내 41개 초·중·고등학교 학생 726명(잠정)이 도내 5개 병원에서 지난달 건강검진을 받았다.

지역별로는 평택이 490명으로 가장 많았고, 부천 160명, 안성 47명, 화성·오산 28명, 용인 1명 등이었다. 병원은 평택성모병원, 평택굿모닝병원, 박애병원, 오산한국병원 등 지난 7일 공개된 메르스 관련 병원들이었다.

실제로 평택의 한 고등학교 1학년 400여명 중 274명이 지난달 23일과 30일 평택굿모닝병원과 박애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았다. 다행히 학생들이 검진 받은 곳 대부분이 입원 병동과 떨어진 별관이었기 때문에 감염 위험에 직접 노출됐을 가능성은 적은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교 관계자들은 “진작 병원을 공개했다면 학생들을 거기로 보내지 않았고, 학생들이 감염 위험에 노출되지 않았을 것”이라고 분통을 터트렸다.

◇충청=고열·호흡곤란 증상으로 대전 을지대병원 중환자실에 입원해 있는 충북 옥천의 60대 남성이 이날 90번째로 확진 판정을 받았다. 충북에서는 첫 확진자다.

대전 을지대병원은 중환자실을 72시간 폐쇄 조치하는 ‘코호트 격리’에 들어갔다. 간암을 앓고 있는 이 환자는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7시간 정도 14번 환자와 함께 있었다. 이후 열흘 동안 자택에 머물면서 동네병원을 오가거나 택시를 이용하는 등 주변과 밀접하게 접촉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퇴원한 이 환자는 지난달 28∼30일 호흡기 증상을 호소하며 옥천성모병원과 곰바우 한의원,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또 지난 3일 발열로 옥천의 곰바우 한의원을 재차 방문한 데 이어 옥천제일의원에서 진료를 받았다.



◇호남=순창(72세 여성)에 이어 김제(59세 남성)에서까지 확진 환자가 나오자 보건 당국은 대응 강도를 높이며 확산 차단에 온 힘을 쏟고 있다.

김제의 50대 남성은 8일 최종 확진 판정을 받기 전 고열 증상이 있는 상태에서 다른 세 곳의 병원을 방문했고 그 과정에서 369명과 접촉한 것으로 파악됐다.

이로 인해 김제 지역 65곳의 모든 학교와 유치원은 9일이나 10일까지 일제 휴업에 들어갔다.



◇영남=부산 지역은 지난달 26∼28일 삼성서울병원에 입원 중인 친척을 병문안했다가 감염된 81번 환자(61) 외에는 추가 확진자나 의심 환자가 없다.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에 외래 진료를 다녀오거나 같은 병원의 확진환자를 간호한 이후 발열 증상을 보인 유사 증상자 등 감염이 의심됐던 7명이 모두 보건환경의료원 검사에서 음성 판정이 나왔다.

부산에서는 확진환자와 밀접 접촉한 사람이 58명이며 이 가운데 30명은 자택격리, 23명은 능동감시 상태에 있다. 1명은 병원에 격리돼 있고, 4명은 격리 조치가 해제됐다.

대구·경남·경북 지역에는 확진환자가 발생하지 않았다.



◇강원=강원 지역에서 9일 처음으로 확진환자가 발생했다. 원주에 거주하는 A씨(42·여)와 B씨(46) 등 2명이다. A·B씨는 음압병상이 설치된 도내 한 국가지정 격리병원으로 옮겨져 격리 치료 중이다.

A씨는 지난달 27∼30일 14번 환자가 입원 중이던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을 거쳐 입원, 치료를 받았다. 이후 삼성서울병원 감염 노출자 명단에 포함돼 자택격리 중 지난 8일 고열과 가래 증상으로 원주의 한 병원 선별진료실을 찾았고 1차 검사 결과 양성 반응이 나왔다.

B씨는 지난달 27일 지인인 A씨의 병문안을 위해 삼성서울병원을 방문하고 나서 지난 5일 발열 증세가 나타나 6일 원주의 한 병원을 찾아 진료를 받았다.

김찬희 기자, 청주·부산·김제·원주=

홍성헌 윤봉학 김용권 서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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