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대형병원 3곳서 환자 발생… 시민 불안감 커졌다

입력 2015-06-10 02:45
서울 송파구 서울아산병원의 보안요원이 9일 마스크를 쓴 채 응급의료센터를 찾은 환자를 안내하고 있다. 구성찬 기자

서울아산병원 여의도성모병원 서울성모병원에서 메르스 환자가 나왔다. 그동안 감염 사례가 없던 서울의 대형병원 3곳에서 한꺼번에 감염자가 나오면서 시민의 불안은 깊어졌다.

하지만 보건 당국은 서울아산병원과 여의도성모병원의 경우 격리대상자 중에서 환자가 나온 것이라 새로운 감염 확산은 아니라고 보고 있다. 서울성모병원은 감염자의 내원 단계부터 철저한 방역 조치를 취해 누구도 바이러스에 노출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다만 이 환자가 지난 8일 서울성모병원 응급실에 가기 전 의료기관 2곳에 들렀었고, 지난달 31일 증상이 처음 나타난 뒤 여러 사람과 접촉했을 가능성이 있어 면밀한 조사가 필요한 상황이다.

◇서울성모병원 “병원 내 감염 완벽 차단”=서울성모병원은 “동네 병원에서 폐렴 진단을 받은 A씨(64)가 8일 응급실에 왔는데, 입구에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로 분류해 철저하게 차단했다”며 “8일 밤 1차 양성 결과가 나왔고 9일 오후 확진됐다”고 밝혔다. A씨 부인은 지난달 27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14번 환자와 함께 있었다. 현재 자택격리 상태다.

A씨는 서울성모병원에 먼저 전화를 한 뒤 마스크를 착용한 상태로 응급실을 찾았다. 응급실 입구 환자분류실에서 보호장비를 착용한 의료진이 그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판단해 응급실 외부의 메르스 임시진료소로 보냈다. A씨는 응급실 입구에 별도로 마련된 음압격리병실에 입원했다.

문제는 A씨의 첫 증상이 지난달 31일 나타났다는 데 있다. 열이 나자 감기라고 생각했던 그는 지난 1일 동네 병원에서 약 처방을 받았다. 열이 내리지 않자 8일 또 다른 동네 병원을 방문했고 폐렴 진단을 받았다. 그동안 A씨는 자택격리 대상자인 부인을 간호해 왔다.

◇6번 환자가 아산병원 응급실에 머문 31분=6번 환자가 아산병원 응급실을 찾은 것은 지난달 26일 오후 5시37분쯤이었다. 구급차를 타고 아산병원에 도착한 그는 움직일 수 없을 정도로 증상이 심했다. 침대에 누운 상태로 응급실로 가야 했는데 이때 보안요원(92번 환자)이 이동을 도왔다. 바퀴 달린 침대를 응급실 한쪽으로 옮겼다. 두 사람이 가까이 접촉한 시간은 10분 정도였다.

거동이 불편했던 6번 환자는 응급실 한쪽에 계속 머물러 있었다. 의료진이 다가가 문진을 하고 접수는 보호자가 대신했다. 다른 환자와 밀접 접촉한 일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6번 환자는 대기 시간이 길어지자 아산병원에서 여의도성모병원으로 옮겼다. 그가 아산병원을 떠난 시간은 오후 6시8분이었다. 그가 머문 31분 동안 보안요원과 의료진을 포함해 6번 환자와 접촉한 이들은 총 8명이다.

아산병원은 6번 환자가 다녀간 다음 날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메르스 의심환자가 거쳐 갔다는 통보를 받았다. 즉각 응급실 방역 조치를 하고, 그와 접촉한 8명을 CCTV로 찾아내 자택격리시켰다.

92번 환자도 자택격리 통보를 받고 충남 공주의 집으로 갔다. 당시에는 증상이 전혀 없었기에 이동 중 다른 사람에게 옮기지는 않았을 것으로 보인다. 92번 환자는 8일 호흡기 질환 증상이 나타나 확진 판정을 받고 격리 치료 중이다.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6번 환자 증상이 굉장히 심해 비말과 바이러스를 많이 배출하는 시기였고, 2m보다 훨씬 가까운 거리에서 접촉했기 때문에 충분히 감염이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 “억울하다”=보건 당국은 88번 환자가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감염된 것으로 발표했다. 88번 환자는 6번 환자가 지난달 26일 이 병원 응급실을 방문하고 이튿날 중환자실에 입원하기까지 동행했다.

정부의 발표에 여의도성모병원은 억울하다는 입장이다. 병원 측은 “6번 환자가 아산병원에 들를 때부터 88번 환자가 함께했는데 어느 단계에서 감염됐는지 단정 지을 수 없다”며 “우리 병원이 마치 감염의 온상이 된 것처럼 비쳐진 데 대해 (보건 당국에) 강한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이에 복지부 관계자는 “여의도성모병원 체류 시간이 길어서 그렇게 평가했다”며 “6번 환자와 계속 지내면서 감염됐기 때문에 감염 시점을 정확하게 특정하기는 어려울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여의도성모병원도 6번 환자가 확진 판정을 받은 뒤 질병관리본부로부터 방역 통보를 받았다. 6번 환자와 함께 중환자실에 머문 13명과 의료진 41명은 자택격리했다. 문수정 전수민 고승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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