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감염학회 제안 수용… ‘폐렴→슈퍼 전파’ 고리 차단

입력 2015-06-10 02:54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폐렴 전수조사’를 언급하자 보건 당국이 10일을 ‘메르스 찾기 폐렴 전수조사의 날’로 선포했다.

보건복지부는 10일 최 총리대행이 언급한 4개 지역(서울·경기·대전·충남 아산)을 포함해 전국 모든 병원에 입원 중인 15세 이상 폐렴 환자를 대상으로 메르스 발병 병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지 등을 점검할 계획이라고 9일 밝혔다. 확진자의 접촉자 추적에서 누락된 의심환자를 조기 발굴해 ‘병원 내 감염’을 최소화하려는 의도다.

전수조사가 시작되면 병원에 입원한 폐렴 환자는 병원·병실을 옮기거나 퇴원할 수 없다. 주치의는 메르스 대상자 조회 시스템과 문진 등으로 환자의 병력을 조사한다. 메르스와 관련이 있다고 판단되는 환자는 1인실로 격리돼 검사받게 된다.

보건 당국이 초강수를 두는 배경에는 대한감염학회의 제안이 자리 잡고 있다.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은 8일 “하루를 정해 메르스 발생 지역의 모든 병원 내 폐렴 환자를 조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메르스 감염자인데도 단순 폐렴 환자로 진단받은 환자들이 일반병실이나 응급실에 방치돼 ‘슈퍼 전파자’로 발전했다는 게 감염학회의 분석이다.

김 이사장은 “환자들이 병원을 이동하며 자신도 모르게 방역망을 빠져나가지 않도록 하루 만에 조사를 마쳐야 한다”며 “불법적이고 인권을 침해하는 일만 아니면 일단 시도하는 게 급선무”라고 지적했다. 전수조사를 통해 메르스 환자를 90% 이상 골라내면 입원실이 청정지역이 된다는 것이다.

또 메르스 확진 판정 권한을 중앙정부에서 지방자치단체로 이양하면서 확진에 걸리는 시간이 8시간 단축돼 방역 당국의 대응이 빨라졌다. 메르스 대응 주도권이 사실상 중앙정부에서 지자체로 넘어간 셈이다. 지자체발(發) 확진 판정이 잇따르고 있다.

종전에는 보건환경연구원에서 1차 검사를 하는 데 6시간이 걸렸다. 여기서 양성 반응이 나오면 검체를 충북 오송의 질병관리본부로 이송하는 데 2시간이 걸리고, 거기서 2차 검사를 하는 데 다시 6시간이 소요됐다.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에서 메르스 바이러스의 ‘E유전자 상위 구간’(upE)을 확인하는 선별검사를 실시해 양성이 나오면 질병관리본부가 ORF1a 유전자까지 함께 검사해 확진 판정을 내리는 식이었다.

하지만 연구원에서 1·2차 검사를 동시에 진행함에 따라 확진 판정에 드는 시간이 8시간 단축됐다. 바뀐 확진 체계는 시·도 보건환경연구원이 upE와 ORF1a를 한번에 검사해 사실상 확진 여부를 결정하고 질병관리본부가 이를 검토해 최종 결론을 내리는 식이다.

박세환 김재중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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