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으로 박근혜정부의 3년차 국정에 다시 한 번 빨간불이 켜졌다. 메르스 첫 확진환자 발생 직후 정부가 안이한 대응으로 일관하면서 감염자가 급증하자 일각에선 국정 운영을 위한 박근혜(얼굴) 대통령의 운신의 폭이 한층 좁아졌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거기다 오는 14일 한·미 정상회담을 위해 미국으로 출국하는 박 대통령의 ‘정상외교’ 일정에 대한 여론까지 호의적이지 않다. 전체 임기의 분수령을 넘는 중대한 시점에 박 대통령이 ‘메르스 사태’에 갇혀버렸다는 지적마저 나오는 형국이다.
박 대통령은 9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범국가적 총력 대응 방침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정부와 의료계를 포함한 국민 모두가 합심해 총력 대응해 나간다면 메르스를 이른 시일 내에 종식시킬 수 있다”며 “국민 여러분도 마음이 불안하겠지만 과민하게 반응해 경제활동이 위축되지 않도록 협조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관계 부처는 경제적 파장이 최소화될 수 있도록 모든 선제적 조치를 취해주기 바란다”고 지시했다. 철저한 방역과 차단·격리로 메르스 확산을 종식시키는 동시에 체감경기가 급속도로 냉각되는 상황을 최대한 방지하겠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미 메르스 발생 지역의 실물경제는 직격탄을 맞았고, 각종 경제지표 역시 악화일로다. 박 대통령이 집권 3년차 최우선 국정과제로 삼았던 경제 활성화도 돌발 악재에 막혀버린 셈이다.
특히 일부 여론과 야권을 중심으로 제기되는 ‘방미 연기론’에 대해 청와대는 난감해하는 분위기다. 중대한 국내 사안이 발생했는데 국정수장이 외국에 나가는 게 적절하냐는 목소리 때문이다.
그러나 청와대는 일정 취소나 변경은 공식적으로 검토하지 않는 상황이다. 메르스 확산은 현재 최우선 현안이고 또 반드시 종식돼야 할 사안이지만, 한반도·동북아 안보정세를 논의하는 한·미 정상회담은 또 다른 차원이라는 얘기다.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등 점증하는 북한 위협과 관련해 굳건한 한·미동맹을 재확인하고, 이른바 미·일 신(新)밀월시대 구축과 중·일 관계 개선 흐름에 맞춰 우리의 대외 관계를 정립해야 할 계기를 놓쳐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만약 정상회담을 연기할 경우 이른 시일 내 재추진은 여러 여건상 쉽지 않다. 박 대통령과 버락 오바마 미 대통령 향후 일정도 감안해야 한다. 청와대는 다만 막판까지 메르스 상황과 여론을 지켜보면서 일정 단축 여부는 신중히 검토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남혁상 기자 hsnam@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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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분석] ‘메르스’에 갇힌 朴 대통령… 초기 안이한 대응으로 3년차 국정 ‘빨간불’
입력 2015-06-10 0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