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근대 산업시설의 세계 문화유산 등재 추진을 두고 한·일이 두 번째 만났다. 일본 도쿄에 이어 이번엔 서울에서의 만남이었지만, 등재 대상 중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을 제외하는 문제를 놓고 서로 팽팽한 신경전만 벌였다.
양측은 9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2차 양자 협의를 개최했다. 지난달 22일 도쿄 1차 협의 이후 18일 만이다. 우리 측은 최종문 유네스코 협력대표가, 일본 측은 신미 준(新美潤) 외무성 국제문화교류심의관 겸 스포츠담당대사가 각각 수석대표로 참석했다.
우리 정부는 일본 산업시설에 조선인 강제노동이 자행된 사실의 반영 등 요구조건을 문서화해 일본 측에 건넸다. 유네스코 산하 국제기념물유적협의회(ICOMOS)가 지난달 15일 등재 결정문 원안에 “각 시설의 전체 역사를 알 수 있도록 하라”며 권고한 데 따른 것이다.
우리 정부는 ‘전체 역사’가 일본이 등재 신청 당시 한정한 시기(1850∼1910년)만이 아닌 조선인 강제노동이 집중됐던 1940년대도 포함돼야 한다고 보고 있다. 만약 이를 표시하지 않는다면 일본이 등재를 신청한 23개 산업시설 중 실제 강제노동이 이뤄진 7곳을 제외해야 한다는 논리도 펴고 있다.
이후 몇 차례 의견을 교환했지만 입장은 쉽게 좁혀지지 않았다. 양측은 추후 이견을 좁히기로 합의한 뒤 이날 협상을 마무리했다. 외교부 당국자는 “양측 간 이견이 있었다. 하지만 양측이 마주 앉아 회의를 두 차례나 한 것만으로도 진전이 있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일본은 여전히 “한국이 지나치게 간섭하고 있다”는 입장인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이 등재 신청한 규슈·야마구치 지역의 이른바 ‘메이지(明治) 산업혁명 유산’ 가운데 하시마(端島) 탄광 등 7곳에서 과거 약 5만8000명의 조선인이 강제 노역을 했다. 이들 시설의 세계유산 등재 여부는 이달 28일부터 독일 본에서 열리는 제39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결정된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
조선인 강제노동 시설 ‘포함’ ‘제외’ 신경전… 日 근대 시설 세계 유산 등재 관련
입력 2015-06-10 0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