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집중 치료 가능한 지역거점병원 빨리 지정해야”…국회 보건복지위 전문가 간담회

입력 2015-06-10 02:36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가 9일 개최한 메르스 간담회에서 전염병 전문가들이 의원들의 질문을 받고 있다. 왼쪽부터 이재갑 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TF 위원장(한림대 교수), 전병율 전 질병관리본부장(연세대 교수), 최보율 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한양대 교수),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고려대 교수).이동희 기자

전문가들은 9일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전체회의에 참석해 메르스 확산 방지를 위해 집중 치료·관리가 가능한 지역거점병원을 조속히 지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시설격리 관리 강화 등 접촉자에 대한 정부 당국의 책임 있는 조치 또한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정부의 ‘소통 시스템’ 강화를 통한 빠르고 정확한 정보 공유도 거듭 강조했다.

◇거점병원 지정 시급…병원 중심 대응 전략 강화해야=대한의사협회 신종감염병대응 태스크포스(TF) 위원장인 이재갑 한림대 의대 교수는 “현재 패턴은 병원 중심으로 확산되는 것”이라며 “병원 보호 전략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메르스 환자와 일반 환자가 섞이지 않게 적극적으로 관리해야 한다는 주문이다. 대형병원과 달리 분리 대응을 하기 어려운 중소병원에 대해서는 정부 지원이 이뤄져야 한다고 했다.

민간병원들이 메르스 환자 치료를 기피하는 문제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로 지목됐다.

이 교수는 “평택성모병원 등 올해 문을 연 병원들도 폐쇄됐다”며 “민간의료기관들이 메르스 환자가 한 명 입원하면 망할까 걱정하는 상황인 만큼 정부 차원에서 피해 병원에 대한 확실한 정책 지원을 약속해야 한다”고 했다.

질병관리본부장을 지낸 전병율 연세대 보건대학원 교수도 “병원들의 환자 기피 현상이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면서 “신종인플루엔자 유행 당시 활용했던 지역거점병원을 조기에 지정해서 해당 지자체에서 발열, 기침 등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이 신속하게 검사를 받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 “당시 격리시설을 만들어도 지역주민이 완강히 거부해 어려움을 겪었었다”면서 “이에 대해 국회 차원에서 법률적 보완이 필요하다”고도 했다.

자가격리에 대한 관리 강화 필요성도 제기됐다. 최재욱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장은 “질병관리본부와 관할 보건소장은 자가격리 대상 주택을 일일이 방문해 자가격리가 가능한지를 확인하고 자가격리 대상자와 가족에게 상세한 안내지침을 전달하도록 해야 한다”고 했다.

◇정부의 위기관리 소통 시스템을 손봐야=메르스 민관합동대책팀 역학조사위원장을 맡고 있는 최보율 한양대 의대 교수는 “철저하고 치밀하고 강력한 방역 조치를 하겠다는 얘기가 나오는데 이에 대해선 전적으로 동의하지만 이런 표현 때문에 국민 불안이 과도해질 수 있다”고 꼬집었다. 전 교수도 “지금처럼 공포감을 가질 단계가 아니라는 것을 정부가 적극적으로 홍보해야 한다”고 했다. 메르스 예방활동에 신경을 써야 하지만 지나친 공포감을 가질 만한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최 소장은 “정부의 위기관리 소통 시스템을 근본적으로 개편해야 한다”면서 “대표적인 사례가 공기 감염이 안 된다고 일방적으로 발표한 것”이라고 했다. 또 “일상생활에서의 공기 감염 우려는 없으나 병원 내 공기 감염 위험성은 있어 병원 내 공기를 통한 감염을 차단하기 위한 최선의 조치를 하고 있다고 말하는 게 적절했다”고 덧붙였다.

최 교수는 “해외 분석도 충분치 않지만 메르스는 비말(침방울)에 의해 전파되는 것”이라며 “공기 전파는 아니라는 점을 명확히 말씀드린다”고 강조했다. 평택성모병원의 에어컨 필터에서 메르스 바이러스가 검출되면서 공기 전파 가능성이 제기된 데 대해선 “아직 결론 내린 것이 아니고 모든 역학조사가 완성된 다음에 발표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의료기관들이 인터넷 접속을 통해 확진 환자뿐 아니라 의심 환자들의 정보를 신속하게 공유할 수 있도록 했어야 한다는 조언도 나왔다.

◇경유 병원 통한 산발적 확산 우려=전 교수는 “2차 메르스 발병 진원지인 삼성서울병원의 추가 환자가 줄어들고 방역 당국과 지방정부 간 협조체제가 잘 이뤄진다면 통제 가능한 범위에 어느 정도 들어온다”고 진단했다. 다만 전 교수는 “메르스 환자와 접촉했거나 메르스 의심 증상을 보이는 사람들을 통한 산발적 확산이 일어나지 않아야 한다”고 전제했다.

이 교수도 “평택성모병원을 중심으로 한 1차 피크(정점)가 지나고 지금이 2차 피크”라며 “병원 보호 전략에 실패하면 3차 피크도 올 수 있고 이 역시 2차 피크만큼 올라갈 수 있다”고 주장했다.

김경택 기자 pty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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