격퇴커녕 더 굳건해진 IS의 공포통치 왕국

입력 2015-06-10 02:36

수니파 극단주의 무장단체인 ‘이슬람국가(IS)’가 국가 수립을 선포한 지 29일로 1년이 된다. 그동안 미국 등 국제연합전선의 수천회에 달하는 공습에도 불구하고 IS는 여전히 위세를 떨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점령지 통제력이나 조직 구성에 있어 점점 고도화되고 있다는 게 대체적인 분석이다. 사정이 이렇지만 미국 등 서방사회는 이들을 격퇴하기 위한 뾰족한 전략이 없어 애만 태우고 있는 실정이다.

◇점령지는 억압과 핍박이 일상=9일 영국 BBC방송과 유엔 분쟁지역 특사 등에 따르면 IS는 주민들을 극도의 공포 속에 몰아넣어 철저히 복종케 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이런 공포정치 때문에 주민들 일상은 비참함 그 자체였다.

영상에서 모술의 학교들은 학생 하나 없이 텅 비어 있었다. 학교는 IS의 극단주의적 교리를 세뇌하는 곳으로 바뀌어 있었다. 시내 곳곳의 소수 민족이 살던 집에는 ‘IS 압류 재산’이라는 팻말이 붙어 있었다. 특히 기독교인에 대한 탄압이 심해 6만명에 달하는 기독교인들은 대부분 도망가거나 붙잡혀 처형됐다.

주민들은 만성적인 에너지난과 물 부족으로 힘겨운 삶을 이어가고 있었다. 돈 착취도 심해 IS는 모든 주민의 수입에서 4분의 1을 도시 재건비용으로 강제로 빼앗아가고 있었다. 주민들에 대한 고문이나 신체 절단형 같은 잔혹한 처벌도 잦았다. 특히 공개리에 그런 모습을 보여줘 주민들에게 공포감을 조성하고 있었다. 1년 전까지 건설 중이던 모든 건물과 인프라 시설은 공사가 중단됐다.

여성들이 가장 큰 피해자였다. 여성들은 전신을 가려야 하고, 장갑을 끼지 않아도 길에서 IS 대원에 의해 심한 질책을 받아야 한다. 소수 민족 여성들에 대한 인신매매도 여전해 심지어 담배 한 갑 가격에 팔려나가는 경우도 있다고 유엔 특사는 전했다.

◇IS 고위층도 휴대전화 압수 뒤 회의 참가=미 정보 당국이 지난달 16일 IS 자금관리 책임자인 아부 사야프의 시리아 자택을 급습해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IS의 조직체계가 상당히 촘촘히 짜여진 것으로 파악됐다.

IS 최고 지도자 아부 바크르 알바그다디는 수도로 선포한 시리아 동부 라카에서 ‘에미르(emir)’라고 불리는 지역 지도자들과 정기적으로 회동하고 있었다. 그는 보안을 위해 믿을 만한 운전수들을 각 에미르에게 보내 회의장에 데려왔고, 이들의 휴대전화 등 전자기기를 모두 압수해 미 정보기관의 추적을 피했다. 어떤 경우는 에미르의 부인들한테 작전사항을 전달한 뒤 남편에게 알려주도록 하기도 했다.

IS는 전투를 담당하는 ‘군사위원회’나 암살과 납치 등 비밀 작전을 수행하는 ‘안보위원회’ 등의 산하 조직도 체계적으로 갖추고 있었다. 군자금과 통치자금은 주로 석유를 팔아 충당하고 있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뉴욕타임스(NYT)에 “IS가 얼마나 정교하고 글로벌한 체계를 갖췄는지 새삼 알게 됐다”고 설명했다.

사정은 이렇지만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은 전날 독일에서 열린 주요 7개국(G7) 정상회의 후 가진 기자회견에서 “IS를 격퇴하기 위한 완벽한 전략은 아직 없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이어 “현재로선 더 많은 이라크군이 훈련을 받고 정예화되길 바라고 있다”고 덧붙였다. 서방의 반격이 지지부진한 사이 IS가 국가 수립 1주년을 맞아 18일 시작될 라마단(이슬람권 단식 성월) 기간에 공격 수위를 더 높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병호 기자 bhso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