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 가계대출 10조 돌파… 월 기준 사상 최대

입력 2015-06-10 02:35

지난 4월 금융기관의 가계대출 증가액이 사상 처음 전월 대비 10조원을 돌파했다.

한국은행은 ‘4월 중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 자료에서 4월 말 현재 예금은행과 비은행 예금취급기관(저축은행·신용협동조합·새마을금고·상호금융 등)의 가계대출 잔액은 765조2408억원으로 한 달 전보다 10조1159억원 증가했다고 9일 밝혔다.

월별로 예금취급기관 가계대출이 10조원을 넘은 것은 처음이다. 주택담보대출 증가세가 상당부분을 차지했다. 4월 주택담보대출이 전달보다 8조원 증가했으며 마이너스통장대출 등 기타대출도 2조1000억원 늘었다. 신병곤 금융통계팀장은 “주택경기 활성화로 4월 주택거래량이 늘면서 주택담보대출이 전체 가계대출 증가를 견인했다”고 설명했다. 대출이 급증한 것은 정부의 부동산 규제완화 정책과 통화 당국의 저금리 기조가 맞물리면서 대출 문턱이 낮아졌기 때문이다.

정부는 지난해 8월 1일부터 1년간 금융권역별 혹은 지역별로 50∼85%로 나뉜 부동산담보인정비율(LTV)을 70%로 통일하고 서울 50∼60%, 경기·인천 60∼65%를 적용하던 총부채상환비율(DTI)을 60%로 단일화했다. 금융사의 LTV 비율을 20% 포인트 올려준 셈이어서 대출 규제 완화 시그널로 인식됐다.

금리 하락세도 멈출 줄 모른다. 지난 3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치인 연 1.75%로 내린 데 이어 안심전환대출(연 2.63%) 출시 여파로 시중은행 대출금리도 2%대로 내렸다. 결국 전세난에 지친 사람들이 낮아진 대출을 받아 내 집 마련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대출증가세는 당분간 이어질 전망이다. 금융 당국은 LTV, DTI 완화 조처를 1년 더 연장하기로 결정했다. 또 메르스 사태에 따른 내수 침체 우려와 수출 부진 등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대한 시장의 요구가 강해 통화 당국이 외면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이 파다한 상태다. 서울부동산정보광장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의 아파트 거래량은 1만2244건으로, 실거래가 조사가 시작된 2006년 이후 5월 기준으로 최대치를 나타내는 등 부동산 경기가 꿈틀거릴 조짐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부동산 경기 활황이 내수 진작으로 이어지지 않는 상태에서 미국의 금리 인상이 올해 내 예고돼 있어 가계부채 문제를 쉽게 볼 수 없다는 분석도 나온다. 금리 인상이 가시화되면 가계의 이자 부담이 커지고 이는 소비 위축, 불황으로 이어질 수 있다. 고세욱 기자 swk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