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확진자 ‘묻지마 동선’ 못막으면 예측불허 상황

입력 2015-06-10 02:52
박원순 서울시장(가운데)이 9일 청와대에서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해 박근혜 대통령의 모두발언을 경청하고 있다. 박 시장 뒤로 박 대통령 모습이 담긴 실시간 영상이 비춰지고 있다. 연합뉴스

중동호흡기증후군(MERS·메르스) 사태가 확산과 진정의 갈림길에 섰다. 보건 당국은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한 확산세가 한풀 꺾였다는 점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병원 내 감염’이 바이러스 전파 경로이기 때문에 대형병원의 추가 확진자가 감소한다는 것은 진정 국면에 진입하고 있다는 신호로 읽힌다.

반면 일부 방역망을 벗어난 확진자의 동선이 뒤늦게 밝혀지면서 예상치 못한 ‘3차 유행’ 위기가 올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메르스 바이러스의 잠복기를 고려하면 이번 주말이 진정 국면으로 가는 최대 고비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대형병원 중심의 ‘1·2차 유행’ 끝나가나…보건 당국 “진정 국면”=9일 보건복지부가 발표한 추가 확진자는 8명이다. 4일 6명, 5일 6명, 6일 22명, 7일 23명으로 가파르게 늘던 추가 감염자 수가 뚝 떨어졌다. 삼성서울병원을 비롯한 대형병원에서의 ‘2차 유행’이 7일 정점을 찍고 하락세라는 것이 보건 당국의 판단이다. 평택성모병원의 추가 감염자는 7일 이후 한 명도 발생하지 않아 ‘1차 유행’은 끝난 것으로 보고 있다.

8명이 감염된 장소를 보면 진정 양상은 더욱 뚜렷하다. 지난달 27∼29일 14번 환자(35)에게서 시작된 삼성서울병원의 감염자 수는 7일 17명에서 8일 3명으로 급감했다. 나머지 5명의 감염은 여러 병원에서 산발적으로 발생했다.

2명은 6번 환자를 통해 지난달 26일 서울아산병원, 지난달 28일 여의도성모병원에서 감염됐다. 다른 2명은 한림대통탄병원, 1명은 대전 건양대병원에서 바이러스에 노출됐다. 대형병원을 중심으로 급속히 퍼지는 ‘유행’이 수그러들었다고 볼 수 있는 대목이다. 대형병원에서 메르스 노출이 지난달 26∼29일 광범위하게 벌어졌고, 메르스의 평균 잠복기(6.5일)를 지나면서 나올 만한 추가 감염자는 대부분 드러났다는 것이다.

그러나 안심하긴 이르다는 분석도 여전히 많다. 우선 감염자가 격리조치가 되기 전 경유한 병원이 늘고 있다. 삼성서울병원에서 메르스에 감염된 89번 환자(59)는 전북 김제 지역의 우석병원과 미래방사선과의원, 한솔내과의원을 경유했다. 90번 환자(62)도 충북 옥천제일의원과 옥천성모병원에 내원한 바 있다. 76번 환자(75·여)는 지난 5∼6일 서울 강동경희대병원과 건국대병원을 각각 방문했었다.

이들 경유 병원에서 감염자는 아직 나오지 않았다. 다만 최장 14일 정도인 잠복기를 감안하면 추가 발생이 없을 것이라고 섣불리 예단할 수 없다. 이에 따라 전문가들은 이번 주말을 3차 유행이 시작될지 말지를 결정짓는 ‘변곡점’이라고 본다.

◇사망자 1명 추가…메르스 사망자 세계 2위 될 수도=보건복지부는 9일 47번 환자(68·여)가 호흡곤란으로 숨졌다고 밝혔다. 사망자는 7명으로 늘었다. 보건 당국이 현재 불안정한 상태로 보고 있는 감염자는 10명이다. 이들 대부분은 기저질환을 갖고 있는 고령자라서 사망자가 더 늘 수 있다.

이런 추세가 지속될 경우 메르스 감염자 수처럼 사망자 수에서도 세계 2위라는 오명을 얻게 된다. 유럽질병통제센터 통계에 따르면 지난달 31일 기준으로 메르스 사망자는 사우디아라비아(450명)가 가장 많다. 아랍에미리트(UAE)는 10명으로 2위다. 다른 국가들은 메르스 사망자가 한두 명에 불과하다.

정현수 기자 jukebox@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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