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1월 한화로 전격 매각되며 한때 삼성그룹 내 ‘미운오리새끼’로 여겨졌던 삼성테크윈이 이후 잇달아 수주 대박을 터트리며 화려한 ‘백조’로 거듭나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테크윈은 최근 5개월 동안 굵직한 계약을 연달아 성사시키며 무려 2조원이 넘는 물품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지난해 11월 매각발표 직전 미국 P&W사(社)로부터 1조원 규모의 차세대 항공기 엔진부품 생산권을 취득했고, 이후 한 달 뒤에는 폴란드 국영 방산업체 HSW와 K-9 자주포 120문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올해 1월에는 미국 AT&T사, 유럽 시큐리타스사와 총 80만대의 스마트 홈서비스용 시큐리티 카메라 공급 계약도 맺었다. 아울러 미국 GE에 차세대 항공기 엔진부품 18종을 공급하기로 했다. 이어 3월에는 한국가스공사와 터보팽창기 시스템 공동개발 양해각서(MOU)도 채결했다.
삼성테크윈의 잇따른 성과는 지난 몇 년간 지속해 온 사업 조정과 경영혁신 활동이 맺은 결실이다. 삼성테크윈은 2009년 디지털카메라 사업부를 분할해 삼성전자의 카메라 사업부에 통합시켰다. 2010년에는 CCTV 등을 생산하는 삼성전자의 시큐리티 사업을 양도받았고, 2011년에는 카메라폰 모듈생산 사업을 중단했다. 지난해 4월에는 반도체 부품사업을 해성DS에 양도하기도 했다.
삼성테크윈은 이러한 일련의 과정을 통해 부품소재 분야와 장비 분야가 혼재돼 있던 사업구조에서 벗어나 첨단정밀기계 중심의 전문업체로 변신하는 데 성공했다. 특히 항공엔진 분야에서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1월까지 약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엔진부품 공급물량을 확보함으로써 글로벌 엔진부품 제작사로서의 입지를 확고히 다졌다.
방위산업 같은 핵심정밀기계산업 분야 이외에도 삼성테크윈은 민수사업에서 국내 독보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먼저 CCTV 등 영상감시장비 분야에서 부동의 국내 점유율 1위를 차지하고 있다. 최근에는 고해상도·고효율 네트워크 카메라를 연이어 출시하면서 네트워크 원격감시 시장에서도 주목받고 있다. AT&T, 시큐리타스 등과 CCTV 공급 계약을 맺을 수 있었던 것도 이 같은 기술력이 바탕이 됐다.
미래 유망 기술인 로봇, 드론, 무인자율주행, 그래핀 분야에서도 뛰어난 기술력을 확보하고 있다. 삼성테크윈은 독자기술로 도로뿐 아니라 산간 지역·야지에서도 사람 없이 스스로 운행할 수 있는 무인차 개발에 성공했고, 날개가 접히는 드론을 최초로 개발하는 등 신기술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세계적인 자동차 연구기관인 영국 미라(MIRA)사와 손잡고 전기차 배터리팩 및 전기구동 시스템 분야에도 진출했다.
한화그룹은 자사가 성장해 온 모태인 방산사업에서 승부를 걸기 위해 삼성테크윈을 인수했다. 따라서 삼성그룹에서 특별한 주목을 받지 못했던 삼성테크윈이 한화그룹에서는 전폭적인 지원 속에 핵심 계열사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
한화그룹은 오는 29일 삼성테크윈과 삼성탈레스 임시주주총회를 열어 인수 절차를 마무리한다. 한화그룹 관계자는 “주총 등을 잘 마무리한 뒤 방위사업 회사 간 시너지를 극대화해 이 분야에서 세계 일류기업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노력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노용택 기자 nyt@kmib.co.kr
[기획] 미운오리인 줄 알았더니 ‘삼성테크윈의 반전’… 한화에 팔린 후 잇단 수주 대박
입력 2015-06-10 02:2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