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이번주 고비] 요양병원 취약한데… 3차 감염자 2명, 2곳 머물러

입력 2015-06-10 02:22

한림대동탄성심병원에서 메르스 감염자와 접촉한 3차 감염자가 보건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요양병원에 머물렀던 것으로 드러났다. 요양병원은 면역력이 약하고 기저질환을 가진 고령 환자가 밀집한 곳이다. 이곳에서 바이러스가 전파되면 상당한 피해가 불가피하다.

보건 당국은 9일 추가로 확진된 94번 환자(71)가 지난달 15일 폐렴으로 인천의 한 요양병원을 거쳐 동탄성심병원에 입원했다고 밝혔다. 이 환자는 지난달 27∼28일 15번 환자(35)와 같은 병실을 쓰다 감염됐다. 그는 당국의 통제를 받지 않은 채 지난달 28일 오전 11시 퇴원해 한 요양병원으로 옮겨갔다. 당국은 지난달 29일 오후 7시에야 동탄성심병원에 15번 환자를 메르스 의심환자로 통지했다.

94번 환자는 동탄성심병원에서 요양병원으로 이동하는 과정에서 메르스 검사나 감염위험 관리를 전혀 받지 않았다. 정은경 질병관리본부 질병예방센터장은 “보건소에서 추적 관리를 했고 해당 요양병원 1인실에 격리한 뒤 발병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확진 판정을 받은 76번 환자(75·여)도 요양병원을 거쳤다. 지난달 27∼28일 삼성서울병원 응급실에서 감염된 이 환자는 지난 1∼5일 서울시내 한 요양병원에 머물다가 5일 강동경희대병원을 거쳐 6일 건국대병원에서 메르스 검사를 받고 격리됐다. 대형병원을 찾지 않았다면 요양병원에서 메르스 증상이 발현돼 바이러스를 전파할 수도 있었다.

요양병원은 특히 메르스에 취약하다. 의사가 보통 한두 명에 불과하고 시설이 좁아 환자 간 접촉이 잦다. 만성질환을 갖고 있는 환자가 대부분이다. 지금까지 메르스로 사망한 7명은 모두 고령에 기저질환이 있었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94번 환자는 1인실 격리 후 증상이 나타났고, 76번은 증상 발현 전에 이용했던 터라 두 요양병원에 격리조치를 취하지는 않았다”며 “만일을 대비해 모니터링을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세환 기자 foryou@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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