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르스 확산에 따른 경제적 타격이 얼마나 될지는 아직 가늠하기 어렵고, 과거 국가적 재난 경험 중에서 메르스 사태와 비교할 만한 대상도 딱히 없다. 2003년 중증급성호흡기증후군(SARS·사스)으로 큰 피해를 입은 홍콩과 대만의 사례가 그나마 참고가 될 수 있다. 당시 두 나라는 내수와 관광산업, 증시가 곤두박질쳤지만 추가 확진자가 감소한 뒤부터 빠르게 회복됐다.
9일 유안타증권에 따르면 홍콩과 대만은 2003년 민간소비가 경제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50%대로 현재 우리나라와 비슷하고 양국의 증시 상관관계도 높다. 사스로 인한 전 세계 사망자 916명 중 300명(32.8%)이 홍콩인, 180명(19.7%)이 대만인이었다.
2003년 3∼4월 홍콩과 대만에서 사스 관련 첫 사망자가 나오면서 소비산업이 급격히 위축됐고 입국하는 관광객 수도 빠르게 줄었다. 특히 도소매와 숙박·음식점, 운송·보관 업종이 부정적인 영향을 받아 그해 2분기 두 나라의 국내총생산(GDP)이 마이너스 증가율을 기록했다.
그러나 4월 말 사스 발생 보고 건수가 감소한 이후 소비와 관광객 수가 점차 회복돼 3분기 경제성장률은 1분기를 상회했다.
증시의 충격도 단기에 그쳤다. 3∼4월 항공·의류·부동산주가 10% 이상 빠졌다가 추가 확진자 수가 줄기 시작한 4월 말 이후 다시 두 자릿수로 상승했다.
유안타증권 민병규 연구원은 “메르스 사태가 어느 수준까지 심화될지를 판단하기엔 무리가 있지만, 사스 확산에 단기적으로 내수와 관광산업이 타격을 입었다가 확진자 감소 이후 빠르게 회복된 홍콩·대만 사례는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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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6-10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