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만시지탄 컨트롤타워 작동, 이제 기대해도 좋은가

입력 2015-06-10 00:40
메르스 사태가 이처럼 악화된 것은 정부가 미숙하게 대응했기 때문이라는데 거의 이견이 없다. 발병 초기부터 환자의 동선 파악과 격리자 관리, 의료기관과의 협조, 지방자치단체와의 소통 등에서 거듭 허점을 드러내는 바람에 피해가 커졌다는 것이다. 정부가 허둥대는 사이 메르스는 전국으로 퍼졌고 불안감은 확산됐다. 국가적 재난에 버금가는 위기가 닥쳤음에도 범정부 차원의 선제적 조치를 취하지 못해 혼선이 빚어지는 모습이 곳곳에서 드러났다. 감염병의 특성상 초기 방역이 긴요함에도 ‘골든타임’을 놓쳤다.

메르스는 단순히 환자와 의료기관만의 사안이 아닌 지자체, 군, 교육 당국과의 연계는 물론 외교와 경제 문제까지 망라된 국정 최우선 현안이다. 당연히 모든 부처를 일사불란하게 지휘·통솔하는 컨트롤타워 중심으로 문제를 해결해나갔어야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메르스 발병 십 수일이 지나도록 보건복지부 장관이 중심이 돼 메르스와 싸우는 상황이 이어졌다. 청와대와 총리실은 컨트롤타워 맡기를 꺼렸고, 복지부와 국민안전처 산하에 하부 조직만 잇따라 생기는 바람에 지휘체계는 오히려 복잡해졌다.

이런 상황에 대한 여권 내부의 질타도 잇따랐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정부가 메르스 사태와 관련해 컨트롤타워를 명확하게 설정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친박계 좌장인 서청원 의원은 “박근혜정부 내각에 위기관리를 할 인물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이 근본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최경환 국무총리 직무대행이 9일부터 ‘범정부 메르스 일일 점검회의’를 매일 개최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총력 대처키로 했다는 점이다. 비로소 컨트롤타워가 분명해졌다는 느낌이 다.늦은 감이 많지만 지금부터라도 미비점을 보다 꼼꼼히 챙겨야겠다. 박근혜 대통령도 이번 주 일정을 최소화하면서 메르스 사태 수습에 만전을 기하겠다고 한다. 대통령이 전면에 나서야 한다는 여론을 감안한 듯하다.

정부는 이번 주말을 메르스 확산 여부의 분기점으로 보고 있다. 메르스 ‘즉각대응팀’의 팀장인 김우주 대한감염학회 이사장도 “시간과의 싸움”이라고 강조했다. 최경환 직무대행의 컨트롤타워는 나라의 명운이 걸렸다는 비장한 각오로 임하기 바란다.